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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발 된 장애학생…교사 임용시험 나란히 합격

김장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3 11:26

수정 2019.02.13 11:26

대구대 특수교육과 김하은(시각장애)·설진희(지체장애)씨
지팡이를 짚은 김하은씨(시각장애)와 휠체어를 탄 설진희씨가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사진=대구대 제공
지팡이를 짚은 김하은씨(시각장애)와 휠체어를 탄 설진희씨가 함께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사진=대구대 제공
【경산=김장욱 기자】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준 두 장애학생이 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대 특수교육과 15학번 김하은(22), 설진희씨(26).

이들은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각각 서울과 울산 지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2일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졸업전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됐고, 졸업식 때 총장 모범상을 수상하게 돼 겹경사를 맞았다.

김씨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 1급, 설씨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든 지체장애 1급인 학생이다.


네 살 차이 친자매처럼 지냈던 이들의 인연은 신입생 입학식 때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다. 1학년 때 같은 기숙사 옆방에 살면서 친해졌고, 2학년 2학기 때부터 아예 같은 방을 쓰기 시작했다.

이들은 2년 넘게 기숙사 방을 함께 쓰면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김씨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그림이나 도표는 설씨가 직접 설명해 주곤 했다.

또 휠체어를 탄 설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김씨가 대신 꺼내주거나, 기숙사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음식을 해 먹는 등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김씨는 "비장애학생과 룸메이트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괜히 미안해 질 때가 있지만 언니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면서 "서로 부담 없이 지내다 보니 마음까지 터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친목을 쌓는 학내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고,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기아자동차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 '초록여행 하모니 원정대')에도 같이 참가하는 등 과외 활동도 함께 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설씨는 "다른 많은 과목 중 부전공으로 직업재활을 선택했는데, 취업에 막막해 하는 장애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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