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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택지 '고덕강일' 놓고 건설사 눈치싸움 치열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3 18:13

수정 2019.02.13 20:21

SH, 1·5블록 상반기 우선 매각
현대·GS·대림·롯데·대우·한화 등 대형사 포함 중견사도 관심 집중
설계공모전 심사위원 사전 공개.. 로비 노출될 가능성에 우려도
서울 마지막 택지 '고덕강일' 놓고 건설사 눈치싸움 치열

서울의 마지막 택지지구이자 알짜 단지로 불리는 고덕·강일지구를 두고 건설사들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조성과 시장 안정 등의 이유로 공급 일정이 1년 가까이 미뤄졌다가 올해 상반기 내에 매각 공고가 나오기로 하면서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 전망이다.

13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1·5단지 민간매각 토지 현상설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설 이후 공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SH측은 상반기 내로는 설계 공모를 낸다는 입장이다.

■1·5블록, 설계 공모 상반기 내 진행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다. 중견사인 한신공영, 한양, 신동아건설, 계룡건설, 우미건설, 중흥건설, 제일건설 등도 저울질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마곡, 위례에 이어 서울에 이 정도 규모의 공공택지 개발을 하는 곳은 사실상 고덕·강일지구가 마지막"이라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다보니 흥행은 예정돼 있고 자체 사업이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재건축보다 사업 진행이 순조로워 대형사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덕강일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1지구 1∼2블록, 2지구 3∼8블록, 3지구 9∼14블록 총 1만1560가구 규모다. 임대 5255가구, 공공분양 314가구, 민간공급 2103가구가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당초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 내 1블록(4만8434㎡, 793가구), 3블록(5만1845㎡, 870가구), 5블록(4만8230㎡, 809가구), 10블록(3만5321㎡, 593가구) 총 18만3830㎡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5블록을 우선 민간에 매각하고 나머지 1곳은 신혼희망타운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미 3지구 12블록은 신혼희망타운 조성이 추진 중이고 3블록이나 10블록 중 하나도 신혼희망타운으로 조성될 것"이라면서 "나머지 1개 블록은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초 1블록은 대림산업과 한신공영, 한양, 신동아건설이 관심을 보였다. 5블록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한화건설, 계룡건설, 우미건설이 참여를 준비했었다.

3블록은 GS건설과 제일건설, 중흥건설, 10블록은 금호산업과 태영건설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이번 공모에는 빠지면서 이들 건설사들이 1블록이나 5블록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중견사들은 설계 공모로 진행되면서 대형사와 경쟁이 쉽지 않아 오히려 대형사와 컨소시엄을 맺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공모에 참여할 의향을 가진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SH공사에서 공고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술영업부서, 건축사업부서 등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미 일부 건설사들은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 설계사무소와 손을 잡고 사전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사전 공개 두고 의견 분분

SH는 기존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 단지를 탈피하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단지를 만들기 위해 설계 공모를 통해 공동주택용지 매각에 나선다. SH공사가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설계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계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하는 세종시에선 일반화됐다. LH는 2016년 '행복도시 2-4생활권 내 주상복합용지 4곳'을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롯데건설·신동아건설은 설계 공모를 통해 세종시 4-1 생활권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설계 공모는 최저가 입찰과 달리 설계점수와 입찰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부 중견 건설사가 용지 추첨에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하는 편법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매각 공고와 동시에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 공개되도록 돼 있어 건설사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에는 평가 당일 심사위원 풀(poo)에서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평가를 했지만 국토교통부의 지침이 내려오면서 최근엔 공고 시 심사위원 명단을 알리고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심사위원별 평가 내용도 공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사위원이 비공개되면 자금력을 갖춘 대형건설사와 설계사들만 로비에 유리하고 평소 로비를 할 수 없는 중소 업체들은 더 어려워진다”면서 “하지만 심사위원이 공개하고 심사위원 수를 늘리면 오히려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심사위원이 사전 공개되면 로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평가 자체가 설계공모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건설사들의 로비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설계공모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건설사도 어떤 기준에 맞춰 준비해야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경쟁이 워낙 치열해 결과가 나오더라도 쉽게 수긍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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