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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자칭 '오래된 음악가' 이장희의 찬란한 콘서트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1:13

수정 2019.02.14 11:13

2019 이장희 콘서트 '나 그대에게'
3월 8일~9일 LG아트센터
인생은 아름다워…자칭 '오래된 음악가' 이장희의 찬란한 콘서트

이장희의 50년지기 친구, 베이시스트 조원익(PRM) /사진=fnDB
이장희의 50년지기 친구, 베이시스트 조원익(PRM) /사진=fnDB

이장희의 50년지기 친구, 기타리스트 강근식(PRM) /사진=fnDB
이장희의 50년지기 친구, 기타리스트 강근식(PRM) /사진=fnDB

이장희와 50년지기 친구들 /사진=fnDB
이장희와 50년지기 친구들 /사진=fnDB


‘1970년대 초, 콧수염을 기르고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남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누군가를 지목하듯 거침없이 “그건 너”라고 노래했다. 뒤이어 “마시자! 한잔의 술”이라고 외치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감정도 여과 없이 발산했다.’(신현준 음악평론가)

한국 포크의 살아있는 전설, 이장희(72)가 6년 만에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장희의 단독 콘서트 ‘나 그대에게’는 오는 3월 8~9일 LG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투어에 들어간다.


이장희는 1972년~1975년. 가수로서는 4년가량 활동한 게 전부다. 하지만 그가 대한민국 가요계에 남긴 발자취는 크다. 번안곡이 주를 이루던 1970년대,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자작곡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시어가 아닌 일상어로 쓴 가사는 당대 청춘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또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임희숙 등 동료 가수에게 선사한 곡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음악을 놓았다.

대신에 존재를 숨긴 채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활약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말에는 ‘사랑과 평화‘를 발굴, 그들의 1집 ’한동안 뜸했었지‘를, 1980년대 김완선 3집 ‘나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를 프로듀싱했다.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사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바람따라 발길따라 운명에 맞서온 그는 가수뿐만 아니라 DJ, 프로듀서로 활약했지만, 실상 음악인보다 미국에서 사업가로 산 세월이 더 길다. 레스토랑, 의류업, LA 미디어그룹 '라디오 코리아' 대표까지 종횡무진했다. 그러던 어느날, 늘 대자연에서 노년을 보낼 계획이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울릉도에 매료돼 2004년부터 이곳에 정착, 한때 농부가 되기도 했다.

2010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일이 생겼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이장희도 함께 주목받았고, 이듬해 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발표했다. 2013년에는 데뷔 40주년 기념 생애 첫 전국투어 콘서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오랜 음악 친구들과 함께 상시 음악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2018년 5월, 울릉군에 자신의 앞뜰인 울릉천국 부지 일부를 기증해 건립한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개관한 것이다. 이장희는 우리나라 1세대 세션인 ‘동방의 빛’ 멤버 기타리스트 강근식(73), 베이시스트 조원익(73)과 함께 개관 공연을 가졌고, 매년 5월~10월 상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장희는 13일 '2019 이장희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언론과 만나 “40년간 음악을 안 하다가 처음 콘서트 제의를 받고, 가수로 나서는 게 어줍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노래를 하면서 내가 젊은 시절 얼마나 음악을 좋아했는지 깨닫게 됐다. 울릉도는 5월이 가장 아름답다. 지난해 셋이서 첫 공연을 하고, 7-8월에 또 공연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며 행복해했다.

50년지기 음악 동지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음악 하는 친구가 왜 좋으냐면, 대화를 안해도 정서적 교류가 가능하다. 또 음악적으로 누가 어떤 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서로 주고받는 게 너무 좋다. 셋 다 술도 좋아한다. 석양을 바라보며 한잔하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요즘은 인생의 황혼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 “황혼이 된 느낌이 어떻냐면, 너무나 붉게 타서 아주 아름답고, 안온한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쓸쓸하고 허무한 마음도 든다. 황혼에 선 이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

이번 콘서트는 자신의 히트곡에서 따 ‘나 그대에게’로 정했다. 그는 “솔직히 그 옛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으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로 나이가 들수록 애착이 간다. 관객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1970년대 히트곡을 물론이고 미발표곡도 공개할 계획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시대를 향유한 사람들이 관객으로 올 것 같다. 현실을 살아가는 건 늘 힘들지만, 추억은 아름답다. 그때를 아름답게 기억할 추억의 무대로 꾸밀 계획이다.”

이장희는 칠순이 넘은 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탕한 목소리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생 후반기를 멋지게 살아가는 세 친구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났다. 어린시절, 책과 영화를 통해 온갖 모험담을 읽고 보면서 '한번 뿐인 인생, 멋지게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그, 이장희.

"그때 노트에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라고 썼던 거 같다. 어느 시대건 유행이나 가치관은 다르지만 현실은 늘 차갑고, 앞길은 고민된다. 이건 시대불변이다.
하지만 운명은 자기가 결정하는 것이다. 자기애를 갖고 인생을 개척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
당신의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이며, 어떤 노년을 맞고 싶은가. 자칭 '오래된 음악가' 이장희는 묻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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