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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콘텐츠 무한경쟁시대] 국경없는 콘텐츠 제작..시공간 초월한 P L A Y 전쟁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6:27

수정 2019.02.14 16:27

(上) 승부처는 글로벌과 디지털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콘텐츠戰 유튜브 이어 애플까지 가세
위기를 기회로 바꾼 CJ
스튜디오드래곤 설립하며 '도깨비''미스터 션샤인''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메가 히트
결국 기획력 뛰어나면 세계시장이 우리의 놀이터
넷플릭스 등 국경과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되면서 콘텐츠 업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이다. 기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급변하는 국내외 미디어 환경에 따른 콘텐츠업계 글로벌 트렌드와 전망 등을 총3회 시리즈로 분석한다.

[오리지널콘텐츠 무한경쟁시대] 국경없는 콘텐츠 제작..시공간 초월한 P L A Y 전쟁

[오리지널콘텐츠 무한경쟁시대] 국경없는 콘텐츠 제작..시공간 초월한 P L A Y 전쟁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한지 올해로 4년. 방대한 해외 콘텐츠 라이브러리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에서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200억 원의 초대형 제작비를 들인 한국 드라마 '킹덤' 6부작을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한꺼번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자 국내 콘텐츠 업계는 다시 긴장하고 있다.
국내 유료 이용자 매출이 월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넷플릭스는 미국서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성공 이후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여 수백여 편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를 제작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의 가입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애플, 유튜브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도 자체 콘텐츠 제작 대열에 합류했다. 애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0년대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를 제작중이고, 유튜브는 유료서비스를 통해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플랫폼과 국경의 경계를 허물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돼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자 기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CJ ENM은 지난 2016년 드라마 제작 사업본부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국내 최초로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드라마 제작 전문화 시스템을 도입해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의 히트작이 참신한 소재와 기획력을 인정 받았고 이같은 영향으로 지상파를 비롯한 타방송사들도 제작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JTBC 자회사 '드라마하우스'는 'SKY캐슬', '품위있는 그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탄생시켰고 SBS도 최근 드라마 스튜디오 출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예기획사들도 콘텐츠 제작 뛰어드는 추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8년 드라마·예능제작사 FNC 애드컬쳐의 주식 750만 주를 인수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 설립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자회사 JYP픽쳐스에서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제작 중이다.

국내 유튜브 월 이용시간은 289억분으로 2년새 3배 이상 증가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했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모바일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국내·외 업계는 드라마, 예능 장르를 불문하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시리즈를 다양하게 제작해 배급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IPTV, 케이블TV 및 공중파 방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기존 미디어를 기본으로 제작되어 뉴미디어로 확장되던 콘텐츠 흐름이 뉴미디어 오리지널에서 기존 미디어로 흐르는 등 '미디어믹스'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7년 자회사를 통해 웹드라마 제작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 설립했고 지난 2018년 8월에는 네이버웹툰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스튜디오를 세웠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기획한 카카오 역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연예기획사를 인수하고 예능, 웹드라마 등 제작에 나섰다.

한편 CJ ENM은 지난해 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면서 국내 최초로 콘텐츠와 커머스가 연동된 형태의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 생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전문화'를 필두로 국내 콘텐츠 업계 변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는 평이다. CJ ENM은 올해 브랜디드 스튜디오를 신설하고 일부 스튜디오를 개편해 'tvN D', '다다 스튜디오' 등 전문 디지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1만5000여 개의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40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연간 50억 조회수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일환으로 먼저 지난해 20~30대가 공감할 생활 속 성폭력 이슈를 다뤄 누적 4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가 올해 시즌 2 방영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규모 V커머스 스튜디오인 '다다 스튜디오'는 뷰티, 리빙, 패션, 푸드 등 상품에 포커싱된 다양한 V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해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도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콘텐츠 사업에서 디지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디지털 스튜디오들을 통해 재미와 공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미디어 시장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만큼 정책적 지원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야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넷플릭스,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거대 미디어그룹은 이미 대규모 자금 투입 및 지식재산(IP) 확보 계획 발표하고 콘텐츠 역량 개발을 통한 시장 점유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 환경은 아직도 내수에 국한될 수 밖에 없는 플랫폼 사업 관점으로 제한돼 있다. 시장 활성화 및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콘텐츠에 대한 활발한 투자와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넛지(Nudge)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하는 이른 바 '팔 길이의 원칙(The arm's length principle)'역시 적극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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