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사람의 독감과 가축의 구제역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7:14

수정 2019.02.14 17:14

[특별기고] 사람의 독감과 가축의 구제역

겨울은 감기의 계절이다. 사람은 겨울의 지독한 독감을 피해보고자 가을엔 예상 유행주로 항원을 구성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 것이 연례행사이고, 소와 돼지는 상시로 접종하는 구제역 백신을 더욱 신경써서 접종한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의 백신접종은 질병 발생 시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히 갈린다.

사람은 그해 겨울 유행주가 백신 항원과 예상치를 벗어나거나 백신을 접종했지만 감기에 걸린 경우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가축의 구제역 백신은 접종했으니 절대로 질병이 발생하면 안되고 만약 발생하면 '물백신'이거나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이 떨어지는 개체를 전수조사해 잡아내는 등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가 잘못이라고 한다.

백신은 군집으로 존재하는 집단의 전반적인 건강을 이끌고 가는 데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높은 방법이며 수많은 전문가의 분석과 연구로 탄생하는 바이오 연구의 결실이다. 가장 유행하는 항원 균주를 선택해 최소한의 적정 항원량을 선정, 적합한 부형제와 조합해 정해진 용법·용량대로 건강한 개체에 접종했을 때 질병의 방어에 도움 줄 것을 기대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백신도 100% 방어를 감히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을 정부가 하라는 대로 접종했는데도 병에 걸렸으니 '물백신'이란 논란은 질병 발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상 없는 무차별적 공격이며, 사용자인 생산자도, 수의사도, 정책결정자도, 일반 소비자도 한꺼번에 혼란과 절망에 빠뜨리는 말이다.

구제역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농장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차단방역과 소독을 실시하고, 이 경계를 넘어 유입된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농장 안에서는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은 건강한 개체에 접종해야 완전한 효능을 기대하므로 농장 내 동물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질병을 막기 위한 동물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주축으로 한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연세대)에서는 병원체의 기전, 미생물 유전체 분석 등의 기초과학과 전반적 면역반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런 연구는 특히 면역력이 약한 구간의 가축에게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떤 백신이든 접종 시 면역자극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가고 일시적 식욕부진이 온다. 이런 현상이 건강한 개체라면 충분히 극복하지만 아프거나 임신을 한 동물이라면 백신에 의한 면역반응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임신 모우에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할 경우 유산 위험이 있다는 것은 연구조사로 이미 밝혀져 있는 사실이다. 정부가 항체양성률 조사 시 군집 내 개체 차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개체를 찾아내기 위해 전수조사를 하려는 무모한 생각보다는 제대로 접종하기 위해 수의사 인력 확보와 백신 접종이 부담될 수 있는 임신 모우 등에게 걱정 없이 접종할 수 있도록 밀착된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도덕철학에서 완벽한 인간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난은 지극히 감정적인 뇌영역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비난이나 비판보다는 격려와 긍정적인 문제 제기가 우리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된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