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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코앞인데 무역협상 지지부진… 영국 교역 ‘벼랑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4 17:40

수정 2019.02.14 17:40

스위스·칠레·페로스제도 등 7개국 4개 협정만 협상 끝내
EU 비해 중요도 낮은 英 시장..日 등과 협상 불리 차질 불가피
브렉시트 코앞인데 무역협상 지지부진… 영국 교역 ‘벼랑끝’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45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해 영국 교역의 60%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CNN비즈니스가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도 맺지 못하고 예정대로 3월 29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영국은 교역 절반을 차지하는 EU 시장에 자유로운 접근이 차단될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의 일원으로 약 70개국과 맺고 있는 무역협정에서도 차단된다. 추가로 영국 교역의 13%가 관세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이 때문에 영국 교역의 최대 62%가 위기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벼랑끝 몰린 영국 교역

영국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EU 회원국이라는 한계 등으로 다른 나라들과 무역협정에서 참담한 성적을 내고 있다. 리암 폭스 통상장관은 2017년 EU를 통해 영국이 맺고 있는 40개 통상조약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브렉시트가 실행되자마자 곧바로" 가능하다고 장담했지만 실제 양상은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 영국이 브렉시트가 이뤄지자마자 곧바로 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을 완료한 무역협정은 7개국 4개 협정에 불과하다.

스위스와 칠레, 영국과 아이슬란드 중간에 있는 덴마크 자치령 페로스제도 등 3개국,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세이셸, 짐바브웨 등 4개국의 무역블록과 맺은 4개 협정이 전부다. 이 가운데 스위스는 영국 전체 교역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6개국은 다 합쳐 0.3% 비중에도 못미친다. 폭스 장관은 이전 호언장담에서 한 발 물러나 이날 일부 협정은 "끝나봐야 (성사 여부를) 알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비영리독립 싱크탱크인 유럽국제경제연구소(ECIPE) 산하 '영국교역정책 프로젝트(UKTPP)' 책임자인 데이비드 헤니그는 브렉시트 마감시한 이전에 영국이 EU가 다른 나라들과 맺은 협정들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니그는 "희망했던 것과 달리 갈 길이 멀다"면서 "앞으로 6주 안에 35개 협정을 타결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비관했다.

영국이 EU를 포함해 각국과 무역협정을 맺지 못한채 EU에서 탈퇴하면 영국 수출품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을 따라야 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와 무역장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영국이 국내 물가 상승을 피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는 있지만 영국 수출업체들은 수출시장의 높은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영국 교역 가운데 최대 1조달러어치가 새로운 무역장벽과 관세에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다.

■약해지는 협상 지렛대

헤니그는 영국 정부가 한국 같은 나라들이 EU와 맺은 기존 협정을 신속하게 이들 나라와 다시 맺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기업들이 시장을 잃게 될 지역들"이라면서 "(이들 시장과 무역협정을 맺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와 무역협정이 없는 미국 등 일부 국가와 교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만 EU를 통해 협정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교역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은 EU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무역협상에서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한 위치가 돼 협상력도 취약해질 전망이다. EU라는 거대시장에 비해 영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협상 상대국들의 요구는 높아지는 반면 영국의 협상 지렛대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서섹스대의 피터 홈스 경제학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향후 무역협상에서 영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경우 자유로운 EU 시장 접근이 있어야만 자국 기업들이 영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이 조건이 맞춰지지 않으면 영국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니그도 향후 협상에서 교역상대국들은 무자비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뭔가를 필요로 하는) 영국에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자동차 업체 포드도 12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회의에서 브렉시트를 이유로 생산시설 일부를 영국에서 EU로 옮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영국내 자사 운영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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