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카오택시 불렀더니… 카카오와 전쟁 중인 택시가 왔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5 18:29

수정 2019.02.15 18:29

사납금·생활비에 쫓기는 기사들, 카카오 거부 운동에도 현실 타협
택시조합, 거부운동 지속 주장에 일각선 "투쟁 동력 소진" 분석도
경기도 안양에서 택시 운전하는 기사 김모씨(53)의 택시. 뒷문 손잡이에 '저는 카카오콜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택시 운전하는 기사 김모씨(53)의 택시. 뒷문 손잡이에 '저는 카카오콜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이거(카카오택시) 없으면 장사 못하죠. 저희도 일단 먹고 살아야하잖아요."

경기도 안양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법인택시 기사 김모씨(53)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의 차 외부 뒷문 손잡이 위엔 '저는 카카오콜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카카오콜을 사용한다. 김씨는 "카풀 때문에 카카오 거부운동을 하고 있는건 알지만 당장 사납금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벌어야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씨는 하루종일 카카오택시 어플을 켜고 손님을 받았다.

■기사끼리도 갈등의 골…"힘 빠져"

15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카풀'에 반발해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카카오택시 이용 거부 운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현장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이 운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54)도 김씨와 같은 문구를 차 문에 붙이고 다니지만 카카오콜을 받는건 마찬가지다. 이씨는 "티맵이나 지역콜택시, 택시업계가 내놓은 티원택시까지 전부 사용하고 있지만 손님들은 여전히 카카오택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주변에서 카카오 기사등록이 해제된 기사들도 다시 등록할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카카오콜 거부 문구 부착 운동은 지역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가 '카풀'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콜 거부 운동을 펼쳤다. 지난달 두 번째 카풀 반대 분신 사망자가 나오자 서울개인택시조합 등 일부 택시 단체에서는 카카오콜 삭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택시업계의 카풀 관련 갈등이 길어지자 카카오콜 거부 운동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 부천에서 20년간 택시운전을 한 송모씨(51)는 "부천지역은 지회 차원에서 지난 1월 2일부터 모든 어플 콜을 다 챙기기로 했다"며 "일단 우리가 살아야하기 때문에 비대위의 특별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행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씨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카카오콜을 받냐, 받지 않냐하는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며 "머리로는 거부운동을 해야한다는걸 백 번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힘이 많이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택시조합 "거부운동 계속할 것"

카풀 시범 서비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대 거세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8일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택시조합 측은 카카오콜 거부운동을 계속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중단만 한 상태지 앞으로 자가용을 이용한 또 다른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택시 출범 이후 무방비 상태에서 카카오에게 당하고 나니 우리만의 자체 콜을 키워야한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는 티원택시 홍보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서울개인택시조합 측이 공유차량업체인 '타다'도 불법 여객운송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택시기사들도 시대의 흐름을 거부할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카카오콜 거부운동의 힘이 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돼야 할 것"이라는 말했다.
이어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수호하려는 택시기사들의 입장은 인정하지만 극단적인 방법을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순 없다"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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