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감정의 골' 깊어진 韓日관계, 회복될 기미 안 보여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6 13:29

수정 2019.02.16 13:29

위안부·강제징용·초계기에 이어 '일왕사죄'까지
강경화·고노 마주앉았지만 특별한 성과 없어
韓 진정성 있는 사죄, 日 이미 했고 韓 불신뢰
지난해 8월 15일 종전기념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왼쪽)과 아키히토 일왕 내외(오른쪽).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에 발언에 대해 지난 12일 "극히 부적절한 내용"이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15일 종전기념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왼쪽)과 아키히토 일왕 내외(오른쪽).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에 발언에 대해 지난 12일 "극히 부적절한 내용"이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외교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마주 앉았지만 회담은 악화된 한일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한일관계는 최근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졌고 역사·감정 문제와 결부되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난 한일 양국 외교장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측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작 한일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상호 입장 확인 수준으로 회담을 마쳤다.

지난해는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원년이었다.
그동안 양국 관계 악화의 상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더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일본기업 배상 판결에 공해상에서 벌어진 일본 해상초계기와 우리 해군 군함간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가 더해졌다.

게다가 지난 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의 본질은 진정성 있는 사죄라면서 '전범'의 아들인 현 아키히토 일왕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일본을 자극했다.

문 의장은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발언 철회에 대해 요구한 것에 대해 "사과할 사안이 아니고 이미 10년 전부터 얘기해오던 것"이라면서 "근본적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는 크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로 좋은 관계를 가져가야한다는 지향점은 같지만 해결책에 대해 한일은 각각 감정과 논리에 편향돼 있다. 즉 접점이 생길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문 의장의 발언처럼 한국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 있는 인물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015년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를 맺었으므로 논리적으로 불행했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본은 몇 차례 사과를 했지만 한국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 속에 진정성 있는 일본의 사과는 거의 없다. 또 일본이 이후에도 과거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일본이 한 사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일본은 한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강제징용 판결이 1965년 한일협정을 무너뜨리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화해치유재단 해산도 위안부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한일 초계기·레이더 공방으로 확대된 것도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된 탓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부정적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문 의장의 일왕사죄 발언 같은 이슈의 후폭풍도 강해지고 있다.

일본정부 한 관계자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은 일본도 바라는 바지만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 사례에서 한국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일본과의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도 모두 알게 됐다"면서 이는 향후 한일관계 설정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바라는 진정성 있는 사죄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죄를 하더라도 언젠가 '한국이 그 사죄에는 진정성이 없었으니 다시 사죄해야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는 자세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해결의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이어가기보다는 관계가 다소 악화되더라도 복원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관리의 차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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