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상사태 선언 줄소송 예고...내년 예산안 혈투 전망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n event in the Rose Garden at the White House to declare a national emergency in order to build a wall along the southern border, Friday, Feb. 15, 2019 in Washington. (AP Photo/Pablo Martinez Monsivais)<All rights reserved by Yonhap News Agenc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미국을 다시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소송이 잇따르면서 정정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전망인데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0회계연도 예산안 심사가 혈투를 예고하게 됐다.

주식시장은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비상사태 선포에 따른 혼란과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와 행정부 간 충돌이 본격화하면 또 다시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비상사태 선언에 민주·공화 모두 반발
16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13억8000만달러가 포함된 의회의 예산안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또 다른 정부 부분 폐쇄(셧다운)는 막았지만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또 다른 혼란을 불러왔다.

비상사태 선포로 트럼프는 의회 동이 없이 국방 예산 67억달러를 포함해 다른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끌어다 멕시코 장벽 건설에 쓸 수 있게 됐다.

미치 매코넬(공화·켄터키주) 상원 공화당 대표는 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당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즉각 이는 불필요하며 헌법을 위반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숙적으로 부상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민주·캘리포니아)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대표와 공동 성명에서 "의회는 모든 준비 가능한 수단들을 동원해 의회와 법원, 공공의 헌법적 권위를 지켜낼 것"이라면서 "의회는 대통령이 헌법을 산산조각 내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원 법사위원장인 민주당의 제롤드 네이들러 의원은 모든 법적인 조처들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민주당 대통령이 기후변화 같은 이슈에 대해 의회와 합의 없이 비상사태 선포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마 알렉산더(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불필요하고, 현명하지 못하며 미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선조들은 세금을 매기고 그들의 돈을 자신이 원하는 식으로 쓸 수 있는 최고경영자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의회는 1970년대 국가비상사태법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의회가 비상사태 선포를 폐기할 수 있도록 했다.

줄 소송 예고
트럼프의 비상사태 선언은 줄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주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비롯해 각종 시민단체들은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가 11일 국경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방문한 텍사스 엘패소 카운티도 비영리단체들과 함께 비상사태 선포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뉴멕시코주 법무장관인 헥터 발데라스는 국경장벽이 주의 토지사용에 미칠 잠재적 피해, 국경지역의 환경피해 등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강조한 국경위기가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17년 미-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불법 이민으로 구금된 인원은 40여년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이같은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구금자 가운데 도주가 더 어려운 아이들과 가족들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위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통계다.

새해 예산안 심사 험로 예고
WSJ은 다음달 백악관의 예산안 발표로 시작하게 되는 의회내, 의회와 행정부 간 예산 줄다리기는 비상사태 선포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1일 시작하는 2020 회계연도 예산안 전쟁은 다음달 백악관의 예산안 발표로 시작한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지난 2년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비국방 부문의 재량적 지출을 급격히 감축하는 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1조5000억달러 감세로 인해 2018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7% 증가했다는 소식에 발끈해 지난해 각료들에게 부처별로 예산을 5%씩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행정부는 3월 11일 개략적인 예산안을 공개하고, 18일에는 세부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예산안은 의회에서 곧바로 퇴짜를 받으며 지루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도 트럼프가 제시한 지출 감축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2011년 정한 예산한도를 3000억달러 초과하는 예산에 합의한 공화당은 올해 하원을 장악하며 더 힘이 세진 민주당에 끌려다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셧다운과 국경장벽 비용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예산전쟁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보고 있다.

하원 세출위원회의 고참 의원인 마리오 디아즈-발라트 공화당 의원은 "지금까지의 예산전쟁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에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면서 이미 혼란의 끝장을 보고 있는 예산전쟁이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더 격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원 예산위원장인 존 야무스(민주·켄터키) 의원은 지난 2년의 예산안을 기본으로 민주당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지난 2년간의 예산안보다도 후퇴한다면 '바보같은 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가 새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1년 공화당의 강력한 주장으로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2020 회계연도에는 올 예산보다 10% 감축된 1250억달러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