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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탈원전은 친환경? 화력발전 가동 늘려 초미세먼지 부른다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7 16:36

수정 2019.02.17 16:36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원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전문가 "탈원전, 되레 환경 해쳐"
한국 최근 초미세먼지 위험성, 8년전 후쿠시마 복구작업의 12배..풍력 토지이용은 원전의 400배
탈원전, 세계적 추세 아냐
'원전 0%' 31개국중 5개국만 유지..가동중단도 노후원전 폐쇄가 대부분
中 등 19개국은 되레 추가 건설 계획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탈원전은 친환경? 화력발전 가동 늘려 초미세먼지 부른다

문재인정부 핵심공약인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이 무섭게 '원전비중 제로'를 최종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에서 18%로 낮추는 탈원전 로드맵을 내놨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탈원전 논란은 진행형이다. 문재인정부는 원전사고에 대한 위험성과 방사능 누출에 따른 위해성 등을 이유로 내세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원전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계 등을 중심으로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발전공기업 부실화, 전기료 인상 등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며 탈원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는 여당 중진 의원들조차 '탈원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탈원전은 친환경? 화력발전 가동 늘려 초미세먼지 부른다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한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 캡처 사진.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기류를 타고 한반도를 덮치는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한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 캡처 사진.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기류를 타고 한반도를 덮치는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탈원전 부작용 논란 확대

17일 학계 등에 따르면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면서 탈원전 부작용 논란이 미세먼지로 옮겨붙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줄어드는 전기생산량을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가동률 확대로 충당하려다 보니 되레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탈원전발 초미세먼지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방사선보다 더 해롭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형국이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국내외 학자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가동에 따른 방사선보다 탈원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더 현실적인 걱정거리라고 말한다. 탈원전으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초미세먼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렌스 어워드' 수상자이자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인 장윤일 박사는 "독일은 5년 전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0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사실과 과학 시민 네트웍' 창립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위험성이 8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복구에 투입된 작업자가 노출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것에 비해 12배나 더 높다"고 주장했다. 방사선 피폭으로 6개월씩이나 수명단축이 되려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평가기준으로 18세부터 65세까지 47년간 매년 35m㏜씩 총 1645m㏜의 피폭 수준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은 더 암울하다. 이대로 갈 경우 오는 2060년 우리나라 미세먼지 조기 사망자 수는 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월의 고농도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는 중국의 영향을 두 차례 받으며 심화됐고, 평균 75%의 미세먼지가 외부로부터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환경과학원 연구 결과로는 평상시 국외영향은 연평균 30~50%, 고농도 시에는 60~80%로 추정된다. 외부유입이니 국외 영향이란 표현을 썼지만 중국 탓이란 얘기다. 정 교수는 "초미세먼지 위험은 흡연에 비해 10분의 1, 과체중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지만 일반인도 아닌 원전사고 작업자의 위험도에 비해서는 1000배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탈원전은 초미세먼지 외에도 많은 환경문제를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자력보다 석탄은 30배, 천연가스는 20배 정도이며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철강요구량은 원자력보다 풍력 또는 태양광 발전소가 10배 이상, 태양열 발전소는 50배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토지 이용면적은 원자력보다 태양광 발전이 50배, 풍력은 400배가 필요하다.

이런데도 정부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발전소를 2022년까지 7기를 더 늘리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국민이 받아들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장경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최근 "중동 산유국들이 원자로를 도입한 일에 비하면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유지·보수·운영을 제일 잘하는 대한민국에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21세기 불가사의한 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탈원전, 세계적 추세 아냐"

문재인정부 탈원전의 명분 중 하나인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발전원으로서 0% 이용을 의미하는 진정한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스위스, 스웨덴, 대만 정도다. 그것도 앞으로 30년 후가 최종 목표다. 이 가운데 스웨덴과 대만은 최근 신규원전 중단정책을 철회했다. 따라서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5개국만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현정 연구위원은 "운용되다가 가동중단에 들어간 원전은 163개로, 탈원전은 국제적인 추세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동중지된 원전은 미국 34기, 영국 30기, 독일 28기, 일본 17기, 프랑스 12기 등으로 노후원전을 폐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과 다른 19개국은 10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서해안을 마주 보는 지역에 원자로 44기를 가동하고, 추가로 13기를 더 짓고 있다. 2030년까지 100기 이상을 가동해 현재 전력의 3%쯤인 원자력 비율을 2030년 1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신흥 원자력 에너지 30개국도 원자력 에너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들 나라가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발전원가는 원전에 비해 LNG가 3.5배, 풍력 3.4배, 태양광은 4.6배 더 든다.

장윤일 박사는"세계 인구증가 추세를 볼 때 2050년에는 현재의 2.5배, 2100년에는 4배까지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탈원전 부추기는 괴담들

우리나라는 유독 원전과 관련한 괴담이 많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승숙 박사는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위험을 느끼는 격차가 가장 큰 분야가 원전"이라며 유튜브 등에는 전혀 사실(과학)이 아닌 괴담 같은 가짜뉴스가 유포되며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일례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되는데 생선을 먹어도 되느냐고 물으면 '먹어도 된다'고 답한다"면서 "㎏당 세슘 100베크렐의 방사능이 오염된 생선을 1년 내내(1주일에 1㎏ 섭취) 먹으면 1년 동안 하루에 바나나 2개를 먹었을 경우와 같은 양"이라고 비유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우리나라 방사능 최고치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공기흡입과 빗물을 하루에 2L씩 1년 내내 마셨을 경우 암 사망확률이 0.0001% 증가하는 것으로 이 박사는 추정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방사능 수치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에 대해서도 서울대병원 강건욱 핵의학과 교수는 "이 영화는 잘못된 재난구호법 장면이 들어있다"면서 "만약 피폭이 우려된다면 외부 공기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말고 실내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국제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시켜 안전·경제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득보다 실이 많은 탈원전을 고집하기보다는 원전기술을 발전시켜 안전성과 경제성을 더 높이고, 나아가 수출활성화 등 경제발전 동력으로 삼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대용량 상용원자로, 해수담수 및 전기생산이 가능한 SMART, 연구용 원자로 등 3가지 원자로 기술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특히 차세대 원자로 설비인 '고속원자로'와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처분방법)'은 오는 2028년까지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탈원전 선언'으로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장윤일 박사는"장기적으로 볼 때 고속원자로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확보하는 국가가 미래의 원전기술 선도국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제4세대 원전 고속로(PGSFR) 프로젝트를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상업용 원전은 우라늄 자원의 0.6%만 활용된다. 하지만 아르곤연구소에서 개발한 '소디움냉각증식원자로'의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에 있는 반감기가 긴 원소를 추출, 고속로에서 연소시켜 우라늄 자원활용률을 대폭 높이는 기술이다.
우라늄 자원활용률을 고속로에서 170배까지 확장할 수 있어 폐기물의 유효수명을 30만년에서 300년으로 줄여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관리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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