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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자동차 위기론 편 금속노조, 실천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6:50

수정 2019.02.19 16:50

"국내 車산업 흥망성쇠 기로"
현실에선 말 따로 행동 따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최근 색다른 보고서를 냈다.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란 제목이 붙은 보고서다. 금속노조의 중추인 현대차·기아차지부도 동참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흥망성쇠의 기로에 섰다. 노사정이 하나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강성 금속노조가 낸 보고서가 맞나 싶을 만큼 이례적이다.
관건은 실천이다. 위기를 인정한다면 실행이 따라야 한다.

자동차산업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공장 문을 닫고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근래 들어 가장 나쁜 실적을 올렸다.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도 뒤지는 바람에 7위로 밀렸다. 이 마당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자동차를 겨냥해 최고 25%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속노조 보고서 이전에도 경고는 차고 넘쳤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2년 전 이맘때 '가 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냈다. 현대차를 현장에서 집중 분석한 책이다. 그해 봄 현대차 직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송 교수는 "현대차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될 미래를 생각할 때 향후 10년 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힘을 합쳐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힘차게 행진할 것"을 당부했다. 2017년 가을엔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블로그에서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 미래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걱정'이라고 썼다.

뒤늦게마나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노조가 위기에 눈을 뜬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현장에선 여전히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산하 르노삼성 노조는 잦은 파업 끝에 프랑스 르노 본사의 경고를 받았다. 또 현대차 노조는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인 광주형 일자리에 줄곧 어깃장을 놓고 있다. 보고서는 금속노조가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지만, 상급단체인 민노총은 최상위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철저히 외면했다.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이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고 했다. 맞다. 노사정이 똘똘 뭉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특히 노조의 변신이 절실하다.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 노조는 가장 단단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는 데 금속노조와 산하 현대·기아차지부가 앞장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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