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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에 대규모 투자 일본의 눈물..탈출 러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0 14:26

수정 2019.02.20 14:26

"브렉시트아니어도 매력없다"

영국에 그동안 수십억파운드를 쏟아 부으며 투자에 나섰던 일본 기업들이 후회하고 있다고 CNN비즈니스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협정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몰고 올 수 있는 후폭풍이 주된 이유다. 혼다 등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영국을 유럽시장 거점으로 삼았던 일본 은행들도 영국 탈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영국 산업부 장관은 일본,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브렉시트 시한인 3월 29일까지 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딜 브렉시트는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렉시트로 멘붕 일 업체들
이날 일 자동차 업체 혼다가 영국내 유일한 자사 공장을 오는 2021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가 대략 7000개 날아가게 됐다.
앞서 닛산도 북 잉글랜드에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전자업체 소니, 파나소닉은 브렉시트를 이유로 유럽을 담당하는 법적 기반을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와세다대의 폴 베이컨 교수는 "일본에서 만난 모든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브렉시트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을 부를지, 또 브렉시트가 일본 산업에 얼마나 심각한 어려움을 몰고 올지가 자명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업계와 정부가 나서 영국에 지난 수년간 브렉시트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시즈오카대 경영정보대학원의 다케시타 세이지로 교수는 일본 기업들과 영국 정부 사이의 "신뢰가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분노는 영국 경제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최신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 1000여곳이 영국에 진출해 있고, 이들이 만들어낸 영국내 일자리만 14만개가 넘는다. 베이컨 교수는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영국을 EU시장 전진기지로 활용했다면서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일본 업체들이 영국을 베이스로 삼는 것은 난센스가 된다"고 말했다. 다케시타 교수도 일본 업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지만 위험에 대한 인내심은 매우 낮다면서 "현재 영국의 상황은 '불확실성' 한마디로 압축되고, 이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물러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가까워질 수록 더 많은 업체들이 영국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은행들도 제조업체들처럼 영국 탈출에 나설 전망이다. 노무라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가 '상당히 우려할만한 사안'이라면서 금융사들의 비용과 위험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는 이미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직원 수십명을 이동시켰고, 유럽 대륙에서 새 직원들도 뽑고 있다.

■매력잃은 영국 시장
일본 기업들의 영국 탈출은 단순히 브렉시트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일본 회귀' 흐름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가속화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기술발전 덕에 자동차 업체들은 공급망 상당분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고임금 일본에서 공장을 운영해도 생산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닛산이 당초 북 잉글랜드에서 생산하기로 했던 SUV X-트레일 새 모델을 일본에서 만들기로 한 것도 그 덕분이다.

최근 일본이 맺은 무역협정들도 더 이상 일본 업체들이 영국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배경이다.
나기 부교수는 EU와 일본간 FTA가 이달 발효됐고, 앞서 지난해 말에는 11개 태평양 국가들이 맺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가 발표됐다면서 "영국은 더 이상 이들 협정 가입국이 되지 않을 것이어서 일본 업체들에 이전만큼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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