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소프라노 임선혜 "'천지창조'는 오라토리오의 새로운 지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0 21:12

수정 2019.02.20 22:40

천지창조 (c) claudia_hoehne
천지창조 (c) claudia_hoehne

천지창조 (c) Julien Benhamou /사진=fnDB
천지창조 (c) Julien Benhamou /사진=fnDB

천지창조 (c) Marie Guilloux /사진=fnDB
천지창조 (c) Marie Guilloux /사진=fnDB

천지창조 (c) Marie Guilloux /사진=fnDB
천지창조 (c) Marie Guilloux /사진=fnDB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국내 초연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가 내한 공연에 대한 설렘과 애정을 표했다.

스페인의 혁신적인 비주얼 아트그룹 ‘라 푸라 델스 바우스’가 제작한 ‘천지창조’는 2017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래 프랑스 파리 필하모니 드 파리,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타이완 가오슝 아트센터 등 최근 개관한 세계 유명 극장의 오프닝으로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연말,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아트센터 인천이 2019 시즌 오픈 개막공연으로 3월 1일~2일 이틀간 단독 선보인다.

2017년 6월 엘프필하모니홀 오프닝 공연 무대에 섰던 임선혜는 20일 언론과 만나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라토리오고, 독일말로 녹음한 첫 레코딩도 ‘천지창조’였다”며 “3년 전 출연제의를 받고 당연히 한다고 했다”고 ‘천지창조’와의 인연을 밝혔다.

특히 '라 푸라 델스 바우스'를 이끄는 연출가 카를로스 파드리사와 한국에서도 공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터다.

그는 “이렇게 빨리 현실화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천지창조' 리허설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리허설 전에 ‘고소공포증이 없냐, 잠수가 가능하냐’는 이메일을 받고 적지 않게 놀랐다. 성악가에게 굉장히 황당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높은 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지, 잠수는 가능한데, 머리가 젖은 상태로 얼마나 오래 노래해야하는지 등을 물었다. 감기라도 걸리면 다음 무대에서 노래를 할수 없기 때문에 중요했다. 그러면서 저는 늘 모험에 열려있는 싱어라서, 연출자가 나를 설득하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임선혜는 리허설 첫날부터 이 크리에이티브 그룹에 매료됐다. “처음에는 9미터 높이의 크레인과 1000리터가 넘는 수조 등 그들의 기계 장치를 보고 놀랐다. 이내 그들이 이 기계를 갖고 무엇을 구현하려는지, 또 성악가의 입장에서 불편한 게 무엇인지 등 그들의 접근법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무엇보다 세상에 없던 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아이 다운 모험심에 매료됐다.”

이튿날 아담과 이브가 수조에서 유영하는 장면을 리허설하는 날. 이 장면의 상징성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아, 저건 엄마의 자궁이구나. 아이들이 저렇게 자궁에서 놀다가 세상에 나오는구나. 그렇게 구현된 비주얼도 너무 멋있었다. 더블 캐스팅된 성악가와 함께 연습시키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그들의 연습 방식도 신뢰가 갔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는 스페인 카탈루냐를 기반으로 1979년 창단된 전위적 공연 단체다. 창단 당시 주로 거리 공연을 선보이는 지역 극단이었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맡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는 우리 말로 하면 바우스에서 온 족제비라고 할까. 바우스는 그들이 태어난 카탈루냐 지역의 동네 이름다. 거리를 활보하는 족제비, 그러니까 굉장히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을 뜻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음악에 대한 경외심이 있다. 음악에 대한 경의와 존경, 음악을 최대한 극에 녹여내고자 한다. 싱어가 왜 크레인에 매달려야 하는지, 왜 물속으로 들어가야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하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표 '천지창조'는 음악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대의 새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다. ”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김성진 지휘자는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를 비디오로 봤는데, 한순간도 눈을 뗄수 없었다”며 “하이든의 오페라를 처음 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성경의 창세기와 밀턴의 ‘실낙원’을 저본으로 삼은 대본에 곡을 붙인 것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전체가 3부분으로 나뉘고 모두 34곡이 담겨있다.

1부와 2부는 세 천사가 등장해 신이 천지를 창조하는 6일 동안의 과정을 노래하고, 3부에서는 에덴동산에 살았던 두 명의 인간, 아담과 이브가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마지막 힘차고 웅장한 엔딩곡 ‘아멘’을 끝으로 1시간 50분가량의 대서사가 마무리 된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라 푸르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는 “‘들으라!’며 작곡한 선조들의 음악이 ‘보라’고 외치는 작품으로 태어나고, 시간예술로서의 음악은 ‘시각예술’이 되어버린다”고 평한다.


한편 아트센터 인천은 오페라극장이 아니고 관객석이 무대를 둥글게 감싸는 빈야드 형식의 콘서트홀이다. 이에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로 빠지고, 자막은 실시간 제공되지 않으며, 공연 전 가사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는 아트센터 인천의 공간적 특성을 감안해 이번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