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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히어로] 영화는 마블 '어벤저스'의 완승, 드라마에선? 디펜더스 vs. 타이탄

신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4 14:17

수정 2019.02.24 14:17

DC 타이탄(왼쪽)과 마블 디펜더스. 두 드라마 모두 코믹스의 드라마화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은 사뭇 다르다.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
DC 타이탄(왼쪽)과 마블 디펜더스. 두 드라마 모두 코믹스의 드라마화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은 사뭇 다르다.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

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토르 등을 팀업무비 ‘어벤저스’에 담았던 마블. 세계관 연동이라는 개념을 드라마에 적용한 사례가 바로 ‘디펜더스’인데요. 네 개의 드라마에 각자 출연했던 루크 케이지, 아이언피스트, 제시카 존스, 데어데블의 협력이 주요 내용입니다.

처참한 평가를 받은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선 나름대로 성과를 올린 DC. 현재 DC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DC 유니버스'를 통해 로빈, 레이븐, 스타파이어, 비스트보이가 등장하는 팀업드라마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타이탄’이죠.

미국 코믹스 업계에서도 마블과 DC는 숙명의 라이벌로 꼽힙니다. 그렇기에 두 회사가 각자 선보인 팀업드라마라는 점에서 디펜더스와 타이탄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왼쪽부터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데어데블.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호평을 받은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호불호가 갈리는 루크 케이지, 졸작이라는 비판을 받은 아이언 피스트의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디펜더스를 결성했다. 평가는 시청자들마다 엇갈리는 편. (사진= 넷플릭스)
왼쪽부터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데어데블.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호평을 받은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 호불호가 갈리는 루크 케이지, 졸작이라는 비판을 받은 아이언 피스트의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디펜더스를 결성했다. 평가는 시청자들마다 엇갈리는 편. (사진= 넷플릭스)

■출판만화의 드라마화는 동일, 진행방식은 사뭇 달라

디펜더스와 타이탄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집단입니다. 두 작품 모두 ‘출판만화의 드라마화’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죠. ‘본의 아니게 공동의 적에 맞서게 된 영웅들’이란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디펜더스는 앞선 드라마들을 통해 악당조직 ‘핸드’를 꾸준히 설명했습니다. 또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죠. 그래서 이 작품은 ‘디펜더스와 핸드의 대결’이란 주제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영화 속에서 어벤저스는 전 세계적인 위협에 맞섭니다. 하지만 디펜더스는 뉴욕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총, 칼, 주먹 등 현실적인 결투를 펼칩니다. 따라서 액션활극 같은 느낌을 주죠.

반면 타이탄은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악한 힘’을 갖고 태어난 레이첼이 드라마의 핵심인데, 주인공들은 그녀를 쫓는 조직을 추적합니다. 기억을 잃은 스타파이어가 제 과거를 되짚어가기도 하죠. 마녀를 연상케 하는 레이첼과 더불어 악마의 도래, 세계멸망 등 오컬트적인 요소가 드라마 속 분위기를 어둡게 만듭니다. 고담, 디트로이트 등 다양한 장소를 보여주면서도 정작 전투장면은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조미료 수준입니다.

디펜더스는 다소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졌습니다. 핸드와의 대결, 동료와의 갈등이 주로 나타나죠. 하지만 타이탄은 인간적인 고뇌를 통해 입체적인 인물들을 만듭니다. 그로 인해 스토리가 풍부해지는 건 분명 칭찬할 만한 부분이죠.

일례로 로빈은 배트맨과 갈라선 상태입니다. 그는 수트를 입을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죠. 그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만 쉽게 놔버리지도 못합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두려워하는 레이첼의 절박함 역시 충분히 납득할 만큼 설명이 잘 돼 있습니다. 스타파이어와 비스트보이에 대한 캐릭터 형성도 충실하고 이외의 조연들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비중을 뒀습니다.

타이탄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는 ‘케미’는 함께 부대끼며 전우애를 쌓아가는 디펜더스와 또 다른 매력이죠.

원작 코믹스의 히어로 집단 '틴 타이탄즈'를 실사화한 드라마 타이탄. 왼쪽부터 비스트보이, 레이첼, 로빈, 스타파이어. 초기 예고편 공개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드라마 공개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 DC 유니버스)
원작 코믹스의 히어로 집단 '틴 타이탄즈'를 실사화한 드라마 타이탄. 왼쪽부터 비스트보이, 레이첼, 로빈, 스타파이어. 초기 예고편 공개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드라마 공개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 DC 유니버스)

■한정된 공간의 디펜더스, 세계관 확장 꾀하는 타이탄

세계관 확장이란 면에서도 두 작품은 상반된 길을 걷습니다. 디펜더스는 마블 영화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속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와는 단호하게 선을 긋죠. 판타지 성격이 짙은 어벤저스와 달리 느와르 풍입니다. 이따금 등장인물들이 아이언맨 등을 언급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MCU의 또 다른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가 지속적으로 영화와 접점을 찾으려는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타이탄은 DC의 영화 세계관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세계관을 확장시키죠.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로빈이 배트맨의 사이드킥(조수)이었다보니 그들의 숙적 조커, 펭귄, 리들러, 투페이스뿐 아니라 배트맨마저 단편적으로나마 등장합니다.

로빈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는 여인 ‘도나 트로이’ 역시 원더우먼의 사이드킥 원더걸입니다.
심지어 타이탄 마지막 화 쿠키 영상에서는 슈퍼보이와 슈퍼도그까지 등장하죠. 이들은 슈퍼맨의 사이드킥인데, 타이탄에서만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모두 언급된 겁니다.

이 세 캐릭터는 DC 팬 사이에서도 ‘트리니티(삼위일체)’라고 불릴 만큼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타이탄은 DC영화와 궤를 달리하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한 셈이죠. 이렇듯 드라마의 확장성은 시즌 2를 기대케 만드는 이유기도 합니다.

최근 출판만화 영상화의 꽃이라 불리는 ‘팀업’, 그 중에서도 마블과 DC가 선보인 팀업드라마 디펜더스와 타이탄. 히어로 장르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 두 작품을 감상한 뒤 이렇듯 서로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요?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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