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비행 대신 60시간 열차… 왜
이동 기간 참모와 핵심의제 논의..협상력 높이고 정통성까지 확보..세부의제 조율은 아직도 협상중
이동 기간 참모와 핵심의제 논의..협상력 높이고 정통성까지 확보..세부의제 조율은 아직도 협상중
【 서울·베이징=강중모 기자 조창원 특파원】 27~28일 1박2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역사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행 수단으로 전용 특별열차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완벽한 이동식 집무실인 전용열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수준 및 상응조치의 '등가성'에 대한 전략을 참모진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륙을 종단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승용차로 바꿔 타고 하노이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열차 경호·협상 준비에 효율적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경우 평양에서 4시간도 안 걸리는 하노이를 굳이 철도를 이용, 4500㎞ 거리를 60시간 이상 걸리는 동선을 택한 것은 여러모로 전략적인 속내가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전용열차는 장갑차보다 안전하며 업무를 평상시처럼 볼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호 안전성과 협상 준비의 효율성을 들 수 있다. 각종 경호시설이 구비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측근 그룹과 하노이에 도착하는 26일까지 미국 측의 직간접 접촉을 통해 실시간으로 타전되는 비핵화 수준 및 상응조치 등 핵심의제들을 놓고 휴식과 회의를 번갈아가며 진행, 회의의 능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중국 대륙을 거치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핵담판에 앞서 중국 정부와 다양한 비핵화 방안 등을 공유, 북·중 간 전략적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동 중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전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이 가능하다.
정통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베트남 방문 시 전용열차를 이용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대부분 전용열차를 타고 외국을 방문했다. 초강대국 미국과 담판을 위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는 것은 '백두혈통' 최고지도자로서 정통성을 세울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북·미 회담(27일) 직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리드함으로써 대북제재 완화, 상응조치 등을 이끌어내려는 자신의 통 큰 행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北美 막판 의제조율 활발
북·미 간에는 여전히 '비핵화·상응조치'와 관련된 다양한 의제들을 놓고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지난 21일 이후 다섯 차례나 만나 막판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북·미가 비핵화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결, 궁극적인 비핵화로 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느냐'다.
영변 핵시설에는 원자로와 핵물질 농축시설이 망라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사찰과 검증을 수용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 내에서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을 얼마나 만들어 썼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시료' 채취와 의심지역에 대한 사찰단 방문 등 강도 높은 검증 수준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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