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저작권 침해 게시물 구체적 차단요구 없다면 사이트 운영자 배상책임無"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08:59

수정 2019.03.03 08:59

관련종목▶

대법 “저작권 침해 게시물 구체적 차단요구 없다면 사이트 운영자 배상책임無"


저작권자가 포탈사이트 회원이 올린 저작권 침해물에 대해 포탈사이트 측에 삭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 차단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포탈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손모씨가 ㈜카카오(옛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낸 15억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카카오는 2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손씨는 당구 명인으로 불리우는 양귀문씨의 당구 강좌 동영상 41편을 한국당구아케데미 명의로 제작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유료 온라인 동영상 강좌를 개설해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해당 동영상이 카카오가 운영하는 ‘TV팟’과 ‘카페’ 에 무단으로 업로드한 사실을 발견하고 2010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게시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카카오 측에 보냈다.

카카오 측은 몇 차례 삭제 조치를 했지만 계속적으로 해당 동영상이 게시되자 손씨는 “카카오는 회원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카카오 회원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의한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카카오는 “손씨가 제공한 정보만으론 저작권 침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모든 게시물에 대해 저작권침해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1심은 “손씨가 보낸 내용증명만으로는 카카오가 손씨의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모두 찾아내 조치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카카오로서는 검색어 기반 필터링 기술(금칙어 설정을 통한 검색 제한 기술) 등을 통해 문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거나 검색, 재생되는 것을 막거나, 삭제하는 기술적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다만 “손씨가 동영상을 무단 업로드한 침해자들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지 않은 점 등도 손해 확대 원인이 됐다“며 카카오 측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검색어 기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해당 동영상의 원본 파일이 있어야 하는데 손씨는 동영상 원본 파일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손씨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카카오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해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