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무역협상·브렉시트 밝지 않지만… 시장은 믿는 구석 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16:58

수정 2019.03.03 16:58

세계경제 '운명의 3월'
무역협상 타결 여부 엇갈리지만 中 경기부양 가능성 크고
각국 중앙銀 통화정책 완화로 시장 충격 크지 않을 듯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고위급 협상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고위급 협상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지금 속내는 무척 복잡한 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말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 향배가 사실상 결정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혼란도 가닥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같은 불확실성에서는 시장이 요동치기 마련이지만 투자자들은 일이 틀어질 경우 통화완화를 통해 지원에 나설 중앙은행들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비교적 평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중 협상, 연일 엇갈린 신호

마감시한인 1일을 넘긴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 가능성에 대해 관계자들로부터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은 낙관적인 분위기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어 하루 빨리 협상이 타결되기를 원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자신이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식시장이 급락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상판이 깨지지 않도록 조율해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트럼프의 백악관 경제보좌역인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모두 이달말 중국측 협상단의 워싱턴 방문이 합의문 서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주 미 하원 세출위원회 증언에서 양국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다면서도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중국이 미 농산물·석유제품 대규모 수입 외에 기술강제 이전 금지, 기업보조금 폐지, 과잉생산 축소 같은 구조개혁 의지를 보이고, 이를 강제할 조처가 합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로서도 내년 재선을 감안할 때 자신의 지지층인 강경파를 설득할 만큼 충분한 양보를 중국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하면 선뜻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기가 어렵 게 돼 있다.

■중 경기부양, 충격 완화?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이 잘못되더라도 심각한 후폭풍은 예상하지 않고 있다. 달리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기는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어서 그 충격이 완화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투자자들은 부채 축소를 위해 대출 억제 등에 나섰던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이 틀어지면 이를 원점으로 되돌려 대대적인 경제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이는 결국 세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부채 확대에 따른 부실성장 문제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갈팡질팡 브렉시트, 결말은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29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이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12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노딜 브렉시트를 원하지 않는 의회 다수의 지지로 통과되거나, 이날 부결된다면 13일 표결에서 브렉시트 연장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이 새로운 양보안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면 브렉시트 연장은 불필요하다고 밝혀 연장안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는 영국에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일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노동당이 지난주 2차 국민투표 지지로 선회한 것은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당이 2차 국민투표는 대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을 만큼 지금은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지만 흐름이 바뀌어 2차 국민투표가 대세가 되면 혼란은 연장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오는 7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 19~20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에 안전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