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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지는 연준… 美, 성장세에도 인플레는 요지부동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4 17:19

수정 2019.03.04 17:19

美 실업률 50년만에 최저치
임금도 6개월 연속 올랐지만 인플레 7년 연속 2% 밑돌고 TIPS 역시 수요 줄어드는중
연준 인플레 목표 수정할 듯
고민 깊어지는 연준… 美, 성장세에도 인플레는 요지부동

미국 실업률이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임금이 오름세를 보이며, 국내총생산(GDP)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경기확장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낮은 인플레이션 전망 덕에 금리인상 '일시 멈춤' 기간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온갖 노력에도 꿈쩍도 않는 인플레이션을 놓고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오는 19~20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 연준이 이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설정과 관련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지도 눈여겨 봐야 하게 됐다.

■자금유출 직면한 인플레 헤지펀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물가상승률이 뛸 것이라는 베팅이 투자자들 사이에 매력을 잃고 있다면서 이는 미 경제가 지난해 후반 성장둔화를 딛고 올해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미 인플레이션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연준 목표치 2%를 밑돌았고, 덕분에 연준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내심'이라는 표현을 통해 당분간 금리인상 일시멈춤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주식시장에 상승 기폭제로 작용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12% 끌어올려 이 지수가 1~2월 상승폭으로는 수십년만에 최고를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반응은 다르다. 채권투자자 상당수는 잠잠한 물가상승이 미 경제와 기업실적 둔화를 예고하는 또다른 조짐이 아닌지 우려하면서 이전보다 더 비관적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그에 맞춰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오르는 미 국채 파생상품인 인플레이션방어 재무부채권(TIPS) 수요도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인 슈와브 US TIPS 상장지수펀드(ETF)는 2013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올 1·4분기 자금 순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미 평균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이른바 '10년 손익평형률' 역시 올해 연준의 목표치 2%를 밑도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10년만기 미 국채와 10년만기 TIPS 간 수익률 격차로 구하는 손익평형률은 지난주 1.9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 5월 기록한 4년만의 최고치 2.18%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비관 높아지는 투자심리

투자자들의 비관 전망은 점점 강화되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5%가 내년까지 미 성장세와 물가상승률이 추세를 밑돌 것이라고 답했다. 2016년 12월이후 가장 강한 비관이다. 펜뮤추얼자산운용의 지웨이 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성장 전망은 낮다고 말했다.

렌은 "2017년에는 전세계 성장 동조화 덕에 좋은 해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때문에 TIPS를 사들였지만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고, 지금은 모든 데이터가 둔화를 가리키고 있어 TIPS 대규모 매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 경제흐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업률은 약 50년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일자리는 100개월 연속 순증하고 있으며, 임금도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3%가 넘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예상보다 높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전 같으면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게 만들었을 법한 흐름이다.

■연준 인플레 목표 재설정하나

팍팍한 노동수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계속 밑돌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 수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어떻게 정할지 그 방법을 바꾸는 것을 놓고 공개적으로 논의를 해왔다. 대안 가운데 하나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수년간 평균 2%'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 호황기에는 2%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2%에 못미치게 될 경기 침체기를 감안할 때 평균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정하면 '오버슈팅'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르면 19~20일 FOMC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윤곽을 드러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목표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연준 관계자들은 내년 초 이전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한편 시장은 올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CME 그룹에 따르면 연초 4.1% 수준에 불과했던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예상은 지난달 27일 현재 20%로 급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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