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기 대신 드론' 방산업체 변신은 무죄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4 17:33

수정 2019.03.04 17:33

군수분야 수익성 저하에 눈 돌려
LIG넥스원, 레이더 활용한 내비.. KAI는 항공기 부품 납품해 짭짤.. 한화시스템, 안티드론 틈새 공략
방산업체들이 군수분야의 매출과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민간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무기를 만드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민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가시적인 실적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산업체인 한화디펜스의 2017년 영업이익률은 5.29%, 한화시스템은 3.59%, 현대로템은 4.34%, LIG넥스원은 0.25% 등으로 당시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8.4%를 크게 밑돈다.

대다수 방산업체의 매출 85%가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어 정부 방위력 개선비가 증가해야 매출도 느는 구조다. 이조차 '부정당업자 제재' 등 정부 규제 탓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문에 방산업체들은 민수 쪽을 겨냥한 새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다.
무기를 만드는 기술력을 잘 활용하면 시장에서 돈이 될 상품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같은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지난 1997년 LIG넥스원은 군용 레이더기술을 활용, 쌍용자동차 체어맨에 '멀티비전'이란 내비게이션을 납품했다. 안타깝게도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데다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 나간 탓에 실적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수물품이라도 고개를 살짝만 비틀면 민수에서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의 선두주자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KAI는 2017년 적자였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444억6752만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비결은 '사업다각화'다.

KAI는 지난해 민수부문에서 1조8000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에어버스에 연간 5억달러 부품을 팔았다. 올해엔 정비서비스 전문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 제주·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비수요를 새 먹거리로 창출했다.

KAI의 작년 전체 매출 중 민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2000년 초반 KAI는 방산부문 매출이 86%에 달했던 반면 민수는 14%에 불과했다.

'100% 방산업체'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도 변하고 있다. 두 회사의 매출은 거의 대부분 방산에서 나온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은 '드론'이란 아이템을 잡았다. 드론은 대기업 진출이 막혀있는 사업군이지만 이 회사는 '안티드론'이란 틈새를 잡았다. 안티드론 솔루션은 드론을 이용한 테러나 보안·안전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군용 레이더 등을 활용해 불법비행을 감지하고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이면 23억달러로 추산된다.


미사일, 어뢰 등 무기를 납품하던 LIG넥스원도 새 민수 아이템을 찾고 있다. 작년 9월 인천국제공항에 납품한 '고정형 전파방향탐지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시스템은 공항에서 발생되는 무선 주파수의 혼선 등 다양한 유해 전파 신호원을 탐지하고 식별·제거해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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