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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차 벤처 붐’ 선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6 17:34

수정 2019.03.06 17:34

카풀 갈등도 못 풀면서 말로만 전폭 지원 다짐
정부가 6일 '제2 벤처 붐'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 벤처 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향후 4년간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해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00년대 초 1차 벤처 붐은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로 가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2차 붐이 정부 뜻대로 일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혁신을 실험하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동반자, 후원자가 되어 전폭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은 어떤가. 당장 택시업계의 반발로 손발이 묶인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에겐 공허한 다짐일 뿐이다. 혁신의 아이콘 이재웅 쏘카 대표가 과연 정부의 2차 벤처전략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하다.

정부는 여전히 예산을 쓰는 지원책의 굴레에 갇혀 있다. 물론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돈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 지원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장에선 "지원 안해도 좋으니 정부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벤처 붐 조성은 스타 기업인을 배출하는 게 상책이다. 미국과 중국은 진작에 그렇게 하고 있다. 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올해 세계 100대 부자 명단을 보면 1위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다. 미국은 100위 안에 32명이 올랐다. 상위권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등 IT 혁신가들이 우글우글하다. 중국은 100위 안에 11명이 올랐다. 텐센트의 마화텅(20위), 알리바바의 마윈(2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핀두오두오의 후앙정(94위) 등이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다. 한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65위)이 유일하다.

이래선 한국 벤처의 미래가 어둡다.
포브스 100대 부자 명단에 적어도 한국의 IT 혁신가 이름이 5명은 올라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벤처 붐을 일으킬 필요조차 없다.
정부는 그저 혁신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시장에 자유만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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