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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소득공제 축소·경유세 인상 검토" 기재부 조세제도 입장 줄줄이 뒤집었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0 17:27

수정 2019.03.10 17:27

기획재정부가 주요 조세제도 관련 기존 입장을 줄줄이 바꾸고 있다. 청와대, 여당 등의 압박에 밀리고 있는 데다 경기 부진 등으로 세수 확충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일 경유세 인상 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경유차 수요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경유세 인상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줄어든다는 상관관계가 미흡한 데다 서민들이 많이 타는 경유차 특성상 가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지난 2016년 6월 정부가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을 통해 에너지 세제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10여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한 후 분석한 결과 경유세를 당시 기준보다 두 배 인상해도 미세먼지 절감 효과는 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에도 꼼짝하지 않던 기재부였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각 부처에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경유세 인상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내부 기류가 급속도로 바뀐 것이다. 기재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된 입장도 신중론에서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포함,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에 검토를 거쳐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김동연 전 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민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있어 급속한 공제 축소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도입 목표였던 사업자의 세원 포착 효과가 미미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지난해 도입된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년간 8차례에 걸쳐 일몰 기한이 연장돼왔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착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혜택이 축소되는 만큼 증세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5000만원 전후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최대 50만원 정도 증세 부담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거래세 역시 기재부가 입장을 전격 선회한 항목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해 증권거래세 조정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여당 등 정치권의 압박에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다만 여당은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를 현행보다 0.1~0.15%만 낮춰도 세수가 4조원 감소하는 만큼 세율 인하로 충분하다며 맞서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로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기 위해 경유세 인상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올해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부진이 예상돼 세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재부가 세입 확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청와대, 타 부처, 여당 등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기재부가 주위의 압박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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