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IP사업화, IP강국을 위한 다음 단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0 17:52

수정 2019.03.10 17:52

[특별기고] IP사업화, IP강국을 위한 다음 단계

지난 2월 7일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혁신정책센터(GIPC: Global Innovation Policy Center)는 세계 IP(지식재산권) 지수를 발표했다. 세계 IP 지수는 특허, 저작권, 상표권, 영업기밀, IP자산의 사업화, 집행, 시스템 효율성, 멤버십, 국제조약비준 등 8개 부문, 45개 지수를 기반으로 세계 50개 국가의 IP 수준을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로 작년보다 2단계 하락했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지식재산권 체계 정립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지수 별 1점으로 총 45점 만점에 36.06점(80%)에 그쳤다. 특허, 저작권, 상표권 등에 대한 평가는 우수했으나 IP사업화 및 집행 등의 실제 IP을 활용하는 측면에서의 평가는 62%, 57%으로 낮게 나왔다. 특히 IP사업화 평가 항목이 작년 3개에서 6개로 대폭 증가하면서 IP 활용 측면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IP 지수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출원을 위한 법체계와 환경은 타 국가에 비해 우수해 IP5(Intellectual Property 5)에 포함됨에도 IP를 활용해 사업화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은 안타깝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사업화 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시장상황, 정부의 규제, 자금 문제 등 많지만 필자는 지식재산권을 기초로 한 사업화라는 측면에서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R&D과정과 특허 출원 과정이 분리돼 있다.

R&D사업에 투입되는 정부예산은 2019년 약 20조5000억원에 이르고 창업지원 및 엔젤투자와 같은 민간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를 기초로 하는 사업화가 활성화 되고 있다. 이러한 R&D 투자 및 창업지원이 성공적인 기술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IP중심의 R&D가 추진되어야 한다. R&D의 최종 결과물의 하나로 특허 몇 건 출원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구의 시작부터 변리사가 참여해서 선행 특허를 파악하고 이와 저촉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R&D과정에서 변리사의 참여 없이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경우 기껏 개발한 기술이 특허가 되기 어렵거나 다른 특허를 침해하게 되어 실제 개발한 기술 이나 아이디어를 기초로 사업화가 어려운 상황이 처하게 된다.

아쉽게도 올해 초에 2019년 정부 R&D사업 부처합동설명회에서 IP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직 IP중심의 R&D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두 번째로, IP분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사업화한 이후에 특허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허분쟁에서 지게 되면 사업화를 포기하거나 많은 금액을 배상해야 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연구한 결과를 사업화 하려는 데 제3자가 모방하여 침해소송을 제기하거나,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제3자의 특허 침해경고가 있어 무효심판을 진행하는 등의 분쟁이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분쟁은 법률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기술을 알고 있는 연구자가 스스로 분쟁을 진행하기 어려워 전문가를 찾게 된다. 변리사법 제8조에서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에 관한 사항에 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조문에 불구하고 법원은 변호사만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여 실제 변리사가 법정에 설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허 등 침해소송의 핵심 쟁점사항이 특허기술의 권리분석을 통한 침해여부의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법률전문가인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지 못하는 현상은 소비자인 기업에게 불편과 위험이 전가되고, 심지어는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4차산업시대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기술기반의 산업시장에서 기업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시작부터 사업화의 끝까지 IP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업도 정부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IP사업화가 제대로 안착되어야 한국이 진정한 IP5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다.

류혜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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