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과기정통부 5600억 블록체인 사업 예타 탈락 이유..."7대 실증 과제 선정부터 문제"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3 14:10

수정 2019.03.13 14:10

산업계, 학계 보다 연구 중심으로 사업 구성한 것도 문제로 지적 경제적 타당성 점수 가장 낮아, 정책적 타당성 점수는 허가에 '근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6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7대 실증 과제’ 선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산업계와 학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연구 중심으로 사업이 구성된 것도 예산 확보에 실패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 추후 과기정통부가 사업 계획을 더 고도화해 정책을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공개한 블록체인 중장기기술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추진한 사업은 △과학기술적 타당성 평가와 △정책적 타당성 평가 △경제적 타당성 평가에서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기정통부, 블록체인으로 신뢰높은 사회구현 추진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총 7년간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5566억원(국고 4282억원, 지방비 120억원, 민간 1164억원)을 투입해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사회구현, 산업구조 변화 및 무인화·자동화를 통한 경제 고용의 구조적 변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목표.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으며 과기정통부는 올해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목표.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으며 과기정통부는 올해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의 계획은 블록체인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해 국내 블록체인 기술력을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데 2041억원,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본 요소기술 검증 등에 841억원, 기업이 지자체와 연계해 7대 실증 시범 서비스를 구축하고 지역 기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2683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7대 실증 서비스로는 △식품안전유통용 생육환경인증 및 공급 사슬 관리 서비스(유통체인) △전자문서 신뢰 이용 환경 조성 서비스(문서체인) △대국민 투명 국가 투표 서비스(투표체인) △병원 의료정보 안전 공유 서비스(의료체인) △투명한 국고 보조금 및 기부금 관리 서비스(기금체인) △데이터의 안전 투명 관리 및 거래 서비스(데이터거래체인)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팩토리체인)를 선정했다.

■”7대 실증 서비스 선정 과정 투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타 결과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7대 실증 서비스의 구축계획의 구체성이 미흡하고 관련 부처와의 협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7대 실증 서비스 선정과정에서 수요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수요조사 결과가 실제로 7대 실증 서비스 선정에는 활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7대 서비스를 선정했는지에 대한 근거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기술수요조사서 중 최종 선정된 데이터거래체인과 관련된 내용이 없고 추가된 사유가 불명확하다”며 “팩토리 체인 역시 핵심 유관기관의 참여 불가로 보류된 에너지 대신 선정됐는데 신규로 추가된 절차가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총괄기획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학연 관점의 균형적인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하고 연구계 위주로 기획이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사업 종료 시 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는 지적과 지역 거점센터 운영의 경우 사업 이후 자립화 방안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 7대 서비스 구축의 세부활동은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활용한다기 보다는 정보화사업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적 타당성 점수 가장 낮아, 정책적 타당성은 인정받아
그럼에도 중장기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이 정책적으로는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자 10명 중 1명이 정책적 타당성 평가에서 ‘시행’에 해당하는 0.5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정책적 타당성의 평가 점수는 0.433으로 0.5에 근접한 것이다. 과학기술적 타당성의 평가 점수는 0.253, 경제적 타당성 점수는 0.190에 그쳤다. 이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나의 사업으로 기획하기 보다는 기초연구, 일자리, 창업지원, 정보화 등 관련 사업과의 연계 추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산학연 전문가의 균형 있는 참여를 통해 기술 개발 현황을 정확히 분석해 정부 주도의 중장기 연구개발 추진이 필요한 분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과기정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번에 통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보고서를 토대로 미흡한 점을 보강해 올해 다시 한번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서비스보다 인프라 구축 필요하다” 조언
한편 업계에서는 7대 서비스 중심으로 중장기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블록체인 인프라 중심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각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기존 전산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인프라를 조성한 뒤, 이 인프라를 활용해서 각각의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경제적으로도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도 각각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구축한 뒤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고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을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