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정의선의 新경영' 열린채용·직급개혁·자율근무 숨가쁜 혁신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3 20:34

수정 2019.03.13 20:34

'정의선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옛 현대그룹 시절부터 이어져 온 수직적인 기업문화 쇄신을 첫번째 중점 수행과제로 삼은 것이다. "외부의 변화와 혁신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선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가 필수적"이란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 방침이 영업, 조직 등 그룹내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직급제 변화 "불가피한 선택"
현대차그룹은 임원 이하 일반직 직원 직급을 이원화한 직급 개편안을 도입키로 했다. 수평적 구조의 조직문화가 되어야 창의성을 기반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5단계로 나눠진 직급을 2단계로 줄이고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정착하겠다는 시도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연구직에 대해선 이원화된 직급 체계를 도입해오고 있다. 과거 수석연구원(부장급), 선임연구원(차·과장급), 연구원(대리·사원급) 등 3단계로 구분됐던 연구원 직급 체계를 책임연구원과 연구원 두 단계로 개편했다. 연구·개발을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직 특성을 고려해 도입했던 직급제 간소화 작업을 전직원으로 확대 적용해, 창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부석부회장의 혁신 의지는 채용 정책에도 반영됐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 채용을 없애고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임원을 적극 영입한데 이어,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배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직급 개편 결정은 최근 산업계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삼성·SK·LG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직급 체계에 변화를 준 상태다. 이태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수직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며 "직급을 간소화하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기 때문에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혁신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불가항력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정의선, 직접 혁신 선도
직급 체계 개편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유연한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역시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복장 제도다. 현대차는 이달 초부터 상시 자율 복장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복장의 자율성을 생각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점심시간 유연화 제도도 도입됐다. 기존에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률적으로 운영됐던 점심시간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 범위내에서 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편됐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좌석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본격 도입에 앞서 최근 기아차 일부 부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일부 계열사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IT업계의 근무환경을 반영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발언에 따라 향후 내부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며 내부 혁신에 직접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수소전기차 '넥쏘'를 운전하며 편안한 어조로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셀프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 중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현대차그룹의 파격적인 조직문화 쇄신이 정 수석부회장 경영과 함께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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