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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론 기술 앞서고도 中에 시장 빼앗겨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6 10:48

수정 2019.03.16 10:48

한국, 드론 기술 앞서고도 中에 시장 빼앗겨
전세계 혁신산업의 대표주자인 드론(무인항공기)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중국산 드론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무인항공기 기술력에서 앞서고도 정부의 졸속행정 등으로 시장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우를 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업 13년만에 현대차 절반 육박한 DJI
안오성 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획실장은 최근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의 기고를 통해 중국의 드론산업 성공요인과 한국의 경쟁력 약화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중국 드론산업을 이끄는 DJI는 창사 이래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를 25%(3000명) 수준으로 유지하며 시장 격차를 벌려나갔다.

2006년 청년 왕타오가 창업한 DJI의 기업가치는 현재 100억 달러를 넘어 현대자동차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DJI의 매출은 아직 낮지만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서 만큼은 현대차 못지않다. 연구자의 규모면에서 DJI는 현대자동차의 엔진관련 연구자(2500명 수준) 보다 앞서고 있다.

안 실장은 "DJI가 이러한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5~6개월마다 새로운 기능과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세계 1위 기업의 지위에 오른 것이 단순히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거대한 배경 때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DJI의 경제적 파생효과도 상당하다. 20명으로 시작한 DJI가 단 10년 만에 1만2000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세계 2위 드론 업체인 프랑스 패럿은 전체 직원 840명 중 1/3이 넘는 290명을 감원했다. 세계 3위 업체인 3DR은 지난해 1월 개인취미용 드론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안 실장은 "세계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DJI를 중심으로 형성된 선전 지역의 드론 생태계를 기반으로 신생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세계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중국기업이 점유하고 있다"며 "한 사람의 창업가가 이룬 혁신이 이제 중국이라는 국가 내부에서는 ‘기술낙수효과’와 ‘혁신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韓, 정부가 되레 초기 시장 혼란 부추겨
반면, 한국은 무인항공기 기술 개발에서 중국보다 앞섰지만 시장에서는 완전히 밀려난 상황이다. DJI가 세계시장 무대에 등장하기 1년 전인 2012년에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세계 2번째로 헬리콥터와 프로펠러 항공기의 원리를 결합한 틸트로터형 무인항공기를 자체개발해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안 실장은 "당시 미국과 UAE, 중국 등에서 주목해 투자와 공동개발 의사를 밝혔다"며 "우리 무인기 기술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고 기억했다. 그는 "그러나, 군용 무인기를 필두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았던 한국의 무인기는 이후 산업화에 있어서 상당한 고전을 겪었다"며 "군사용뿐 아니라 산불 감시와 교통 현황 확인, 태풍과 해일 관측 등 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먼저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론 관련 기업 대표는 "정부의 지원 덕분에 여러 기업이 기술개발을 했지만 다 고만고만하다"며 "우리도 지원을 받아 이 부품을 개발했고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임을 자부하지만, 사업성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부품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비슷한 제품을 개발한 국내 다른 업체도 여럿”이라며 "공공수요를 늘리든지, 아니면 차라리 대기업이라도 들어오든지 해서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방향성을 갖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드론 관련 R&D 전략과 방향도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안 실장은 "지난 5년간 드론 관련해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R&D 사업이 발주됐다"며 "국가가 초기수요를 만들어 준다는 취지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수요 기관마다 조금씩 다 다른 사양을 요구해 드론 산업에 별 도움이 못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의 부품별 연구 지원과 수요 창출이 오히려 시장을 파편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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