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몸만 시집, 아내에 재산분할 절반 가당?"...법정서 울상짓는 남성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7 11:00

수정 2019.03.17 11: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08년 5월 각각 다른 대기업에 재직했던 A씨(41)와 B씨(41·여)는 1년 간의 연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A씨 부모가 신혼집으로 서울 광진구에 있는 매매가 4억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해줬고, B씨는 가전제품 등 혼수 비용으로 2000만원을 내놨다. 신혼집과 목돈 등을 마련한 A씨는 아내의 혼수 비용에 서운한 마음도 들었으나,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다짐했다. 그런데 아내가 아이를 갖고 전업주부를 선언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아내가 내조는 커녕 육아와 살림을 가사도우미에게 떠맡기고 취미 활동만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결국 김씨는 최근 이혼소송을 냈고, 법원은 특유재산 등 재산분할 비율을 절반으로 판시했다.


최근 들어 법원이 이혼 사유와 별도로 전업주부 여성들의 가정 기여도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재산의 절반가량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로 이어져 이혼 남성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늬만 전업주부인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법원이 여성 중심적인 판결을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혼 10년 차부턴 공로 인정"
17일 가정법원 일선 판사들에 따르면 여성이 전업주부인 상황에서 1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면 상당수의 재판부가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한 전업주부의 공로를 인정해 재산분할 비율을 절반으로 판단한다.

그간 1심에서는 전업주부에게 재산분할 비율을 50%로 인정한 사례가 많았고 혼인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 비율이 높아져 왔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재산분할의 기준 정립을 위한 방안 연구서'에는 특유재산 기준 △혼인 중에 부부 중 일방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상속·증여 제외)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에 포함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은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혼인기간 10년 이상+재산보유기간 10년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는 얼마든지 있음을 밝혀둔다'고 이 연구서는 덧붙였지만 재판연구 논문인 만큼 대다수 판사가 이를 참고하고 있다.

가정법원에 근무했던 한 판사는 "전업주부라도 오랜 기간 혼인을 유지했다면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바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나아가 재산분할에 있어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 보장을 고려한 부양적 요소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50대50 추세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가정법원 한 판사는 "재판부마다 혼인기간 외에 다른 구체적 사정에 따라 기여도를 조절하지만 결혼생활 10년 이상이면 50대50으로 재산분할을 하기도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法, 기여도 판단..."추상적일 수도"
지방 가정법원 판사도 "일방이 상속 증여받은 재산이 특별히 많거나 개인적인 능력으로 혼인기간 중 특별히 소득을 많이 올리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부부재산 형성·유지 또는 감소방지에 기여했다고 해서 50대50으로 재산분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사노동이나 내조가 산술적인 게 아니라서 법원이 기여도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혼소송 전담 한 변호사는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다고 해서 고소득 사업가한테 시집간 여자의 가사노동과 저소득 근로자한테 시집간 여자의 가사노동이 똑같이 평가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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