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서혜진의 글로벌부동산]전세계 럭셔리 주택값은 지금 하락중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6 19:14

수정 2019.03.16 19:14

홍콩 럭셔리 주택들.AP연합뉴스
홍콩 럭셔리 주택들.AP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치솟던 전세계 대도시 고급 주택(prime property)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시에 포함되는 홍콩,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의 고급 주택 가격이 지난 2009년 이후 계속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제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지난해 고급 주택 가격이 12% 하락했다.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마이클 부블레도 최근 밴쿠버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웨스트밴쿠버 소재 저택을 감정가보다 28% 싼 가격에 팔아 주목을 받았다.

홍콩 고급주택 가격은 지난해 8월 하락세가 시작돼 현재까지 9% 빠진 상태이며, 호주 시드니의 경우 지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6% 추락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주택 가격은 지난해 4.3% 떨어졌다.


거래도 얼어 붙었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정보사이트 '스트리트이지(StreetEasy)'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100만달러 이상의 고급 주택 중 60%가 팔리지 못했다.

영국 부동산 전문기관 세빌스(Savills)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고급주택 가격은 2014년 고점에서 20% 하락했다. 100만파운드가 넘는 주택의 매매 건수도 2016년 대비 20% 줄었다.

전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2009년 1월=100). 출처: 이코노미스트
전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2009년 1월=100). 출처: 이코노미스트


세빌스의 리서치 부문 대표인 루시안 쿡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요인은 국경간 자본흐름의 감소, 정부 정책, 금리, 공급 증가"라고 지적했다.

우선 고급주택 투자를 주도해온 백만장자들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중국 등에서 자국민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제한하면서 고급 주택시장이 조정장세로 들어서는데 한 몫하고 있다.

정보기술(IT) 호황과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덕에 지난 8년간 시간당 250명 꼴로 새로운 백만장자가 탄생했다. 이들은 막대한 부를 활용해 국내 및 해외의 고급 부동산에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백만장자들이 전세계 주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달했다. 2010년 대비 36% 증가한 것.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백만장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오는 2023년까지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백만장자의 6분의 1을 배출하고 있는 중국에서 해외자금 유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전세계 주택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 매입액수는 3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신규 주택개발에 대한 중국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36% 급감한 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각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캐나다 밴쿠버는 지난해 외국인이 부담하는 부동산 거래세율을 종전 15%에서 20%로 인상했다.

영국 정부 역시 최근 부동산 거래세를 인상했다. 예를 들어 250만파운드짜리 주택을 매입하는데 2010년엔 10만파운드를 거래세로 냈지만 이제는 최대 28만8000파운드를 부담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세금이 추가로 붙는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 외국인의 기존주택 매수를 전면 금지했다.

통화긴축정책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100만달러짜리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비용은 3년 전보다 65% 높다.

임대 수익도 좋지 않다.
리서치회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IPD에 따르면 투자용 주택에 대한 총 임대 수익률은 2016년 처음으로 5%를 밑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시장이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 도시가 인기있고 토지는 제한돼있기 때문에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라며 "그러나 어떠한 반등도 지난번처럼 강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