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기획 부동산 당신을 노린다下]기획부동산, 지인도 같이 속는 다단계 사기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0:33

수정 2019.03.18 10:33

기획부동산을 사기 혐의로 처벌하는 것 험난...소송도 시간 돈 출혈 심해
현직 대학교수인 A씨는 기획부동산 피해를 겪고 본인이 직접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 카페와 블로그의 투기조장 정보 등을 조사해 파이낸셜뉴스에 제공했다. 일일이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과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자료는 A4 용지로 수백장에 달했다.
현직 대학교수인 A씨는 기획부동산 피해를 겪고 본인이 직접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 카페와 블로그의 투기조장 정보 등을 조사해 파이낸셜뉴스에 제공했다. 일일이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과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자료는 A4 용지로 수백장에 달했다.

기획부동산 사기죄 성립 요건과 한계
기획부동산 사기죄 성립 요건과 한계
- 법원은 거래행위에서 어느정도 과장은 허용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을 비싸게 주고 산 정도로는 피해구제가 어려움.
- 다만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정도의 기망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다름. 기획부동산 판매책을 사기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판매책의 기망행위와 이로인해 피해자가 착오에 빠져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등 재산처분 행위가 있어야 함.
- 판례는 “거래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과정,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함.
- 사기죄로 형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금전전 피해 배상은 받기 어려울 수 있고, 기획부동산이 잠적할 경우 소송 자체가 어려움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
#1. A씨는 지인 B씨에게 제주도 부동산 투자를 권유받았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신공항 등 개발 호재로 지금 땅을 사면 2~3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해당 땅은 멸종위기 생물이 다량 서식하는 지역으로 처음부터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었다.

#2. C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달 살기' 유행 트렌드에 따라 제주도 OO 리조트에 투자를 권유 받았다. 포털에 검색하니 주요 일간지 등에서 각종 기사가 검색됐다. 하지만 막상 분양을 받고 보니 상담 받을 때 들었던 수익률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C씨는 본인과 같이 다수 피해자가 있는 것을 알고 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으나 '무혐의'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법적으로 사기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고, 설령 사기죄가 성립하더라도 이미 손해를 본 부분에 대한 배상이 실질적으로 매우 어렵다. 특히 높은 수익률에 혹해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하거나 투자를 권유 받아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모르는 사람, 심지어 지인일지라도 높은 수익률로 투자를 권유한다면 기획부동산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사기죄 처벌 '쉽지 않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획부동산 사기는 '개발 호재'를 앞세워 땅을 분할 매각하는 방식이다. 가령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 토지 매입을 권유하거나, 제주도 등 관광지의 개발 계획을 미끼로 투자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보통 '개발만 되면 2~3년 내에 수배의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식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구나 관계 부처 등에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경우도 있고 기획부동산 중에 극히 일부 지역은 개발이 진행돼 시세 차익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개발이 지연되거나, 애초에 해당 지역 토지가 개발이 불가한 지역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억 원의 자금이 묶여 있는데 개발도 진행이 안 되고, 사실상 땅이 다시 팔리지도 않는다면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투자행위는 기본적으로 그 손해나 이익도 본인의 책임이다.

당초 매수인이 생각한데로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거나 투자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기획부동산을 사기 혐의로 몰고 가는 것은 어렵다. 투자권유 과정에서 투자를 기망하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하지만, 법률 소송에 들어가는 순간 투자자들은 소송비용이라는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아차 하면 늦는다..사전 예방이 최선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획부동산의 경우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개발호재를 믿고 투자하는 기획부동산의 특성상 피해를 인지하는 것은 토지 매입 후 최소 1~2년이 지난 뒤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을 시점에는 사기범들이 회사를 폐업하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사재판을 통한 손해배상도 힘들고,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을 요구해도 사실상 쉽지 않다. 앞선 C씨의 사례처럼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확실한 사기죄의 성립 요건이 충족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전에 기획부동산 피해 유형을 잘 숙지하고, 투자권유를 하는 사람의 정보는 한 번 더 의심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권유자가 유명한 방송의 뉴스나 신문기사를 보여주더라도 그 정보가 사실인지, 추후에 변경될 수 없는 정보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에 따르면 대표적인 기획부동산 피해유형은 △다단계 판매 △펀드식 투자자 모집 △지분이전등기 방식 △미등기전매나 무단처분 △도시형 기획부동산 등이다.


김 변호사는 "다단계 판매는 직원을 통한 투자 권유, 펀드식 투자자 모집은 리조트나 호텔 등 분양형 사업 등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뒤 잠적하거나 횡령하는 경우"라며 "투자에 앞서 토지 지번을 파악해 장부를 열람하거나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등을 활용해 토지 정보를 필수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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