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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담판 일정놓고 신경전…정치적 부담에 임시봉합 시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7 15:49

수정 2019.03.17 15:49

미국의 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서울=조창원 특파원 박종원 기자】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을 앞두고 '봉합'을 위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해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응으로 관세부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지난 1년간 양국간 관세 맞보복으로 양국 경제의 출혈이 컸다.

지리한 무역전쟁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위상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무역협상을 통한 봉합을 시도중이다. 그러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하이라이트 이벤트로 꼽히는 양국 정상회담 일정이 3월말로 전망되다가 돌연 4월말에 이어 6월 연기설로 밀리는 형국이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 두고 샅바싸움
오는 22일 양국간 무역전쟁 발발 1년을 맞는 가운데 양국 모두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이 벌어지면서 '퇴로'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미중 고위급 협상에 이어 최종 합의를 도출해낼 양국 정상간 무역 담판 일정이 주목된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으로 무역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목표로 일정 잡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막판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계속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게 대표적이다.

미중 정상은 원래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무역 정상회담은 이달 말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4월 개최 관측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양쪽이 모두 대화의 진전을 주장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4월 말이나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곧이어 4월말에서 6월 개최설이 잇따라 제기됐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6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면서 "양측이 다음 달까지 합의안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4월 회담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은 "정상회담이 6월에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자꾸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중국 측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담보할 이행 메커니즘 마련을 둘러싼 견해차가 꼽힌다.

■정치적 부담에 절충선 임시 봉합 시도
정상간 무역담판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무역전쟁을 통한 출혈이 양국 정상의 정치적 입지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봉합을 위한 물밑접촉이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2020년 재선을 위한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무역협상에 대해 유화적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관세맞보복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 팜벨트(농장지대) 지역 농민들의 민심이 돌아설 기미가 엿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경제치적의 상징으로 거론해온 뉴욕 주가도 미중 무역분쟁과 맞물려 불안정한 흐름을 보여왔다. UC버클리와 UCLA, 컬럼비아대, 예일대 등 주요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벌이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수출은 11%, 수입은 32% 각각 감소했다. 이로 인한 미국 측 피해액은 78억 달러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0.04% 규모에 해당한다.

정치 경제적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행보를 걷기 위해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숨고르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 해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장기집권을 길을 튼 직후 무역전쟁의 충격을 받으며 최근 1년간 미국과 힘겨운 무역갈등을 겪어왔다. 장기집권을 길을 만들었지만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까지 떨어지고 각종 경제지표도 꺾임새를 보이면서 정치적 입지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진한 경제지표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시급성을 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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