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쿠팡이 쏘아올린 '빠른 배송'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7:25

수정 2019.03.18 17:25

[기자수첩] 쿠팡이 쏘아올린 '빠른 배송'

"쿠팡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배송'이다. '전날 주문, 익일 배송'이라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이 나오더니 이제는 주문 30분 만에 배송해준다는 '총알 배송'까지 등장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스타트업의 무모한 도전'쯤으로 손사래를 치던 유통업계는 5년 만에 배송 전쟁의 격전지로 변했다. 주문하고 하루 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이나, 밤 늦게 주문해 눈 뜨면 내 문 앞에 도착해 있는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은 유통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배송 전쟁에서 한 발 비켜 서있었던 백화점과 홈쇼핑 업계도 새벽 배송 경쟁에 합류했고, 롯데마트는 조만간 최단시간인 '30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치열해진 배송전은 유통업계로서는 생존이 걸린 중요 화두지만, 모두가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이 상황에 대한 업계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내실이다. 단적인 예가 마켓컬리인데, 새벽 배송의 장을 연 마켓컬리는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유통업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부각됐지만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에는 의문이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더파머스는 2016년 140억원, 2017년 126억원 등 손실이 쌓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2조원대의 자금이 수혈된 쿠팡도 적자 논란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빠른 배송은 탄탄한 물류시스템이나 인력 등 천문학적 금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자본력의 싸움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내부에서도 빠른 배송이 굳이 필요한가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을 생각한다면 시류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가 참전한 이상 자본력의 싸움이라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모두가 배송시간 단축에만 매몰될 때, 상품 품질을 높이고 가격이나 상품의 다양성, 독특함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yjjoe@fnnews.com 조윤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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