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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北 주석제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9 16:25

수정 2019.03.19 16:25

최근 끝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선거 결과에서 특이 징후가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선 대의원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 권력기관 중 최고인민회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긴 한다. 하지만 최고 통치자가 여기서 빠진 것은 전임 김정일 시대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17일 이를 북한이 헌법 개정을 준비하는 조짐으로 파악했다.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정은 국가수반으로?'라는 글을 통해서다.
즉 김정은을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자 직위에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었다. 다시 말해 개헌 시 명목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폐지하고 국가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려 한다는 추측이다. 지금은 고령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외국 대사의 신임장을 받는 등 '얼굴 마담' 역할을 맡고 있다.

태 공사의 추측이 맞다면 김일성 시절의 주석제가 부활하게 된다. 북한은 1994년 김 주석 사망 후 1998년 헌법 개정으로 주석직을 폐지했다. 이후 그를 '영원한 주석'으로 떠받들면서 주석직은 프로야구 레전드들의 등번호처럼 공석이었다. 미국 뉴욕 양키즈의 베이브 루스, 루 게릭, 미키 맨틀 등의 등번호가 '영구 결번'된 것처럼 말이다. 김정일은 주석직을 승계하는 대신 국방위원장이란 새 직책을 만들어 당·정·군을 틀어쥐었다.

만일 김정은이 주석에 오른다면 은둔형인 김정일보다 조부인 김일성의 통치 스타일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그가 직접 서명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나온다.
내달 초 열릴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그의 '주석 등극'이 북한이 가야 할 개혁·개방 흐름에 역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기장, 주석, 총리 등으로 권력을 분산한 베트남의 도이머이나 집단지도 체제를 지향한 중국의 덩샤오핑식 개혁과도 거리가 멀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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