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동킥보드 탔을 뿐인데, 무면허 운전이라고요? [소소韓 궁금증]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3 09:19

수정 2019.08.22 10:50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의 킥보드 /사진=fnDB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의 킥보드 /사진=fnDB

얼마 전, 회사 근처를 지나다가 전동킥보드 여러 대가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직접 가져가서 탑승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체 뭘까? 싶어 찾아봤더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였습니다. 저희 회사가 위치한 여의도 뿐만 아니라 홍대, 강남 등 서울 번화가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면허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사진=킥고잉, 알파카 앱 캡쳐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면허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사진=킥고잉, 알파카 앱 캡쳐

평소 서울시의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터라 해당 서비스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직접 이용해보기 위해 앱을 설치했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전동킥보드를 타보려고 했을 뿐인데, 운전면허를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고 합니다. 앱에 면허증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킥보드 대여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채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무면허 운전'으로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의 이용자 수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판매 추이는 지난 2014년 3500대에서 2017년 7만 5천대로 20배 이상 늘었습니다. 2022년에는 20만대 이상이 판매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관련 법규나 안전 사항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지켜야 할 법 있는데, 지키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됩니다.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원동기장치자전거 관련 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형 이동수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제1종·2종 운전면허,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를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인도와 자전거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며, 원칙적으로는 '차도'에서만 달려야 한답니다. 보호장구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음주 후 전동킥보드에 탑승했다 적발되면 '음주운전'이 적용됩니다.

현행법상 그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0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경험자 200명을 대상으로 안전실태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운전면허를 보유해야만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차도'를 주행 공간으로 주로 이용했다는 응답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도로 이외의 장소, 자전거도로, 인도의 이용률이 이를 훨씬 앞섰습니다. 보호장비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는 26.5%였지만 한 번도 착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29%에 달했습니다. 음주 후 개인형 이동수단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도 13%나 됐습니다.

이같은 인식 수준은 거리를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도를 유유히 주행하는 전동킥보드는 애교 수준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전동휠에 위협당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분명히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나이임에도 이를 이용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이용자 A씨(32·남)는 "어디서 타도되고 어디서 타면 안 되는지 사실 잘 모른다. 차도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로 인도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제의 현실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습니다.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류를 만들고, 개인형 이동수단의 특성에 맞는 규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미국은 개인형 이동수단을 '저속 자동차'로 분류하고 차도의 가장자리는 물론 자전거도로에서의 주행을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자전거도로 /사진=fnDB
자전거도로 /사진=fnDB

이용자들이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하거나 이를 무시하고 운행하고 있음에도,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힙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관련 민원 1292건을 분석한 결과 '인도 등에서의 전동킥보드 운행 단속'을 요청하는 민원이 38.8%(501건)에 달했습니다. 도로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발맞춰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월 개인형 이동수단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안전 운전을 도모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시속 25km 이하, 차체 중량 30kg 미만의 1인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정의했습니다.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이용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정부도 관련 규제를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18일 '개인형 이동수단 확산에 따른 규제 그레이존 해소' 논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정부, 도로교통공단, 관련 산업계, 시민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는 '시속 25km'를 조건으로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데 합의했습니다.
또, 전기자전거에 준하는 수준에서 개인형 이동수단의 운전면허도 면제키로 했습니다. 다만, 이 논의가 실질적인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 시기를 올해 하반기 안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동킥보드 #퍼스널모빌리티 #면허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