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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갈등설' 대두...北美는 교착 돌파구 마련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3 10:22

수정 2019.03.23 10:22

트럼프 "대북 추가제재 철회" 지시
北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철수 후 조치
北美 교착상태 해결 모멘텀...韓美 공조는 균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선언한 뒤 나온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 간 교착상태가 지속된 가운데 이번 조치가 핵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최근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대두되면서 우리나라가 비핵화 협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북 추가제재 철회" 지시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오늘 추가적으로 대규모 대북제재를 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나는 오늘 추가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돌연 선언한 가운데 취해진 것이다.

22일 북한은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며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그동안 남·북 간 상시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했다. 북미 핵협상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우리 정부에 '당사자'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는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나라와 갈등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미 관계 교착에 이어 남·북 관계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이면서 한반도 핵협상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가 향후 북한 핵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완전한 비핵화가 없다면 제재 완화 또는 제재 해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최선희 외부성 부상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협상 결렬 선언 의사까지 내비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중재자를 자처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 당사자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조치를 계기로 북미 간 교착국면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핵협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간 북한도 핵협상의 지속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화답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韓美공조 균열에 北美 직접협상?
이런 가운데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신기욱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을 만났다. 이들은 정 실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만난 가운데, 코츠 국장이 우리 정부에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핵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분명한 오보"라며 선을 그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도 없다는 입장인) 미국은 한국이 자신들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한국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의 사실 여부를 떠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렬'로 마무리된 후 한반도의 '평화' 기류가 갑작스럽게 '갈등' 기류로 바뀐 것에 대한 불안 심리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 내에 다양한 결이 존재하는데 워싱턴의 싱크탱크는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한다"며 "다만 백악관은 어설프게 중재하고, 어설프게 미국이 동의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상황을 잘 못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한국의 중재를 통해 북한이 협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그런 차원에서 협상 국면에 나타나는 게임의 논리들이지 한·미 공조가 안된다거나 의견차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