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교착화되며 남북경협도 '올 스톱'
지지부진 비핵화, 정부 대북카드도 힘 잃어
조급은 금물, 상황관리형 전략적 침묵 필요
지지부진 비핵화, 정부 대북카드도 힘 잃어
조급은 금물, 상황관리형 전략적 침묵 필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부의 남북경협 추진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북미관계가 냉랭한 현재 상황에서 한미공조를 유지하고 전략적 침묵을 하며, 북미대화의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에서 "대북제재 아래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지속해 북미대화와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정책을 폈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타결될 경우 남북경협 사업에 박차를 가할 준비를 해왔다.
사실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된 지난해에도 남북경협 논의는 활기를 뗬지만 대북제재가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추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재문제를 다룰 비핵화 대화가 지지부진한 국면에 접어든 현재 상태는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마저 크게 낮췄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정부가 쓸 뾰족한 대북카드도 없고, 통일부의 수장 역시 '제재 하에서 남북경협은 의미가 없다'고 밝힌 만큼 조급해하지 말고 현명한 '플랜 B'를 구상해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비핵화 과정에서 경협 카드를 지렛대로 쓰겠다는 우리 정부와 한국 정부의 '마이웨이'가 제재에 구멍을 낼 수 있다고 보는 미국 사이의 갈등설까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에 답답한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때로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 전략적 행보를 위해 지금은 경협에 대한 의욕을 보일 때가 아니고 여건의 변화를 기다릴 시기"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대외적으로는 관망세를 취해야겠지만 물밑에서 미국과 북한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경우 한미동맹과 소통 강화를 기본으로 하고, 북한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팽팽한 의견 대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일방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일괄적 비핵화를, 북한은 이를 '강도적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나오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하노이에서 노딜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비관론이 퍼진 미국 조야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시간 싸움에서 미국에 밀리고 있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민수경제와 인민생활'도 파탄이 났다. 그동안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벌였던 꼼수도 적발당하면서 과거보다 더욱 촘촘해진 제재압박을 당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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