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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ECB의 변심.. 세계 중앙은행 울며 겨자먹기 ‘정책 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2 17:10

수정 2019.03.22 17:50

경기부양 위해 통화정책 급선회 한국·스위스도 ‘중립·완화’로
주택시장 거품 부작용 우려
연준·ECB의 변심.. 세계 중앙은행 울며 겨자먹기 ‘정책 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갑작스런 통화정책 기조 선회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궤도를 바꿔놓고 있다. 연준과 ECB가 통화완화로 급선회하면서 환율부터 자본시장 흐름까지 이들 거대 중앙은행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스위스 등 중소국 중앙은행들 역시 긴축 속도조절에 나서거나 중립, 완화로 정책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자국 경제상황에 걸맞지 않은 통화정책으로 연결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거품을 부를 수 있고, 또 향후 경기하강에 대비한 중앙은행 운신의 폭을 좁히는 위험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이 긴밀히 연관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부자연스러운 통화정책으로 인해 이들 중소국이 충격을 받게 되면 곧바로 미국이나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 그 충격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CB의 인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연준과 ECB의 갑작스런 통화정책 수정이 전세계 중앙은행들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유로존에 속하지는 않지만 수출입을 유로존에 의존하다시피하는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은 자국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ECB의 통화정책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환율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ECB가 통화완화로 기울면 이들 나라 통화에 대한 유로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수출 둔화, 수입 확대를 비롯해 스위스 등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전 환율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같은 정도의 통화완화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21일 스위스중앙은행(SNB)은 2015년 1월 이후 4년 넘게 유지해 온 마이너스(-)0.75%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SNB는 해외 성장·인플레이션 둔화와 "그에 따른 (미국, 유로존 등) 주요 통화지역들의 정책전망이 (완화로) 후퇴한 것"을 금리동결 배경으로 지목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도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기준금리를 2021년까지 유지할 전망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옥슬리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은 ECB가 어떻게 하느냐에 운명이 맡겨진 인질"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금리동결을 지속하고 있다. ING 은행은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금리인하 여력이 생겼고, 필리핀 역시 통화정책 여지가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움직이는 나라들도 없지는 않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로 끌어올렸고,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석유가 주요 생산품이어서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만만치 않은 것이 배경이다. 노르웨이 경제는 중앙은행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홀가분하게 긴축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교역상대국들의 기준금리 오름세가 더 점진적"이라는 점을 들어 장기 금리전망은 낮춰잡았다.

■저금리 부작용

노르디아 자산운용의 거시전략가 세바스티안 갈리는 연준과 ECB의 "중력이 매우 강하다"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궤도가 이들 거대 중앙은행의 궤도로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리는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 결과 (유럽의 비 유로존 중앙은행들) 대부분이 ECB의 정책을 수입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주택시장 거품과 자본의 부적절한 배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들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되레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낸 이자만 70억프랑(약 7조9000억원)에 이른다.
덴마크 은행들도 2014년 이후 31억크로네(약 5300억원)를 이자로 내야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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