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원전 인재 엑소더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6 16:55

수정 2019.03.26 16:55

탈원전의 그늘이 짙어지는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문재인정부 이후 발전비용이 증가하고 미세먼지·온실가스 발생량도 늘어난 반면 원전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관련 산업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주최 토론회에서였다. 그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손실을 1조2000억원으로 계량화했다.

이 같은 추계가 정확한지 더 따져볼 여지는 있을 법하다. 분명한 건 과속 탈원전으로 인해 당장 손에 안 잡히는 무형의 손실도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한 학생의 약 20%가 스스로 그만뒀다는 소식이 바로 그런 뼈아픈 사례다.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과 18학번(2018년 입학생) 32명 중 6명이 자퇴했다. "탈원전으로 미래가 안 보인다"며 새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 학과가 한때 서울대 자연계에서 입학경쟁률 선두를 다투던 시절은 이제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2학기 KAIST 원자력공학과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원자력 전공자들의 이탈은 개인에게는 시련이자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우수인재들의 '눈물의 자퇴'는 심대한 손실이다. 설령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다음 정부에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원전해체산업을 이끌 주역도 이들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기다. 이 시기의 주력산업은 전기차, 로봇, 3D프린터 등 모두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현재 기술로는 가정용 소용량 전원에나 어울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늘어날 전력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원자력 인재풀 붕괴의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원자력발전소 운용에 차질을 빚는 것을 넘어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발전 연구인력 고갈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활짝 꽃피워야 할 4차 산업혁명의 싹이 말라들게 하는 우를 범해서 안 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