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추계가 정확한지 더 따져볼 여지는 있을 법하다. 분명한 건 과속 탈원전으로 인해 당장 손에 안 잡히는 무형의 손실도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한 학생의 약 20%가 스스로 그만뒀다는 소식이 바로 그런 뼈아픈 사례다.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과 18학번(2018년 입학생) 32명 중 6명이 자퇴했다. "탈원전으로 미래가 안 보인다"며 새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 학과가 한때 서울대 자연계에서 입학경쟁률 선두를 다투던 시절은 이제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2학기 KAIST 원자력공학과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원자력 전공자들의 이탈은 개인에게는 시련이자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우수인재들의 '눈물의 자퇴'는 심대한 손실이다. 설령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다음 정부에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원전해체산업을 이끌 주역도 이들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기다. 이 시기의 주력산업은 전기차, 로봇, 3D프린터 등 모두 전력 다소비 업종이다. 현재 기술로는 가정용 소용량 전원에나 어울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늘어날 전력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서 원자력 인재풀 붕괴의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원자력발전소 운용에 차질을 빚는 것을 넘어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발전 연구인력 고갈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활짝 꽃피워야 할 4차 산업혁명의 싹이 말라들게 하는 우를 범해서 안 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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