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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리틀 드러머 걸' 오늘 최초 공개 #아내 추천 원작 #세상의 절반은 여성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9 08:58

수정 2019.03.29 08:58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박찬욱 감독 /사진=fnDB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박찬욱 감독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리틀 드러머 걸' 보도스틸(왓챠플레이) /사진=fnDB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 : 감독판’이 오늘(3월 29일) 세계 최초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된다.

박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 ‘아가씨’(2016)로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영미권 국가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지난 2013년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에 이어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에서 이번에 공개되는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온전히 감독의 연출의도에 따라 편집되고 음악, 색감, 카메라 앵글 등이 선택된 감독판이다.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으로 방송 당시 제외된 여러 장면도 포함됐다.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무명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배경으로,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로맨스와 모험이 뒤섞인 로맨스 스릴러 첩보물로 완성됐다.

■ 아내 강력추천에 연출 수락...“예상치 못한 슬픔”

“청소년 시절부터 존 르 카레를 좋아했지만, 그의 작품 중 냉전시대 첩보물을 좋아했다. '리틀 드러머 걸'은 냉전 붕괴 이후가 배경인데다 아마추어 스파이가 주인공이라 처음에는 안끌렸다. 책도 두껍고. 아내가 원작을 읽고 강력 추천한 뒤에야 원작을 읽고 바로 하겠다고 전화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라 영화보다 미니시리즈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작업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막상 예상치 못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시네키드’ 출신답게 자신의 작품이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뼈아플지 몰랐다”는 것이다.

“요즘은 TV도 고사양으로 찍어야해서 화질이나 음질 모든 면에서 영화와 같이 공들여 작업했다. 앞서 런던영화제에서 1-2화를 틀었는데 그때 깜짝 놀랐다. 영화로 봐야 하는데, 이게 극장서 보는 마지막 기회라고? 너무 슬펐다."

TV시리즈나 스트리밍 서비스 작품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다만 앞으로는 극장 상영을 희생할 가치가 있는지 신중하게 고려할 생각이다. "꼭 하고 싶은 긴 이야기가 있거나, 넷플릭스 투자작인 ‘로마’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사가 투자를 안할 경우, 그때는 극장 상영을 포기해서라도 만들고 싶다.”

■ ‘스토커’와 달리 ‘말맛’ 시도한 ‘리틀 드러머 걸’

영국·그리스·체코 3개국을 오가며 촬영한 이 드라마는 출연진 모두가 외국인 배우다. 크레디트를 보지 않는다면 한국 감독 작품인지 알기 어렵다. 주요 한국인 스태프는 ‘1987’ ‘암살’의 김우형 촬영감독과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의 조영욱 음악감독 정도다.

박 감독은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통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금방 익숙해진다”며 낯선 환경 속에서의 작업에 대해 말했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비슷하다. 뛰어난 통역이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관객층이 넓어져서 좋다. “한국영화가 해외에 소개되면 자막 영화라는 이유로 아트하우스에서만 상영된다. 마이너리티에서 벗어나서 일반적인 영화애호가에게 접근된다는 건 매력적이다.”

언어에 대한 부담감에 ‘스토커’때만 해도 대사는 가급적 줄이고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맛의 재미’를 살렸다.

“대사가 많다. 그 말도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돌려 말하거나 음흉하게 표현하고, 이상한 유머도 구사한다. 한국어로 써서, 번역하고, 감수과정을 거쳤으나 많은 대사를 만들고, 배우들에게 연기하도록 가이드하고, 그런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나로서는 큰 성취다.”

■ 한반도 갈등과 통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새삼스럽지만, 박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연출작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이 드라마의 연출자로 박 감독이 호명된 데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 이력이 주효했다.

박 감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에 있는 지역으로 한국전쟁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가 뿌리박혀 있는 한반도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짚었다. 드라마는 어린 아이까지 죽이는 ‘악마적인’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을 제거하려는 ‘정의로운’ 아스라엘 요원의 활약으로 시작되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결국 누가 정의고 누가 악인지 질문한다. 극중 비밀요원 ‘가디 베커’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인척 연기하는 인물로, 적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분쟁 해결의 시작점은 이렇듯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원작자의 생각에 저도 동의한다"

한국 관객입장에서 너무 먼 나라 얘기 같을 수 있겠지만, 세계는 점점 하나로 연결돼 국제분쟁이 한반도 정세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박 감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우리와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리틀 드러머 걸’을 통해 이 오랜 국제 분쟁에 더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랐다.

박 감독 특유의 화려한 색채 감각과 그리스 정부 최초로 그리스 유적지 아크로폴리스에서 촬영된 남녀주인공의 감정신, 그리고 마블 히어로 무비에 출연할 예정인 여주인공 찰리 역의 플로렌스 퓨의 매력 등도 즐길거리다.

■ 모험적인 여성 캐릭터 "세상의 절반은 여성"

박 감독은 기존에도 모험심이 강한 여성 캐릭터 역할에 도발적 매력의 신인 여배우를 즐겨 기용했다. “‘박쥐’의 태주나 ‘아가씨’의 숙희도 위험에 뛰어들길 주저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더 무모하다. 치밀하게 계산해 복수하는 금자씨(이영애)와 달리 일단 뛰어들고 보는 불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작업해본 플로렌스 퓨도 뜨거웠다. “메릴 스트립이 엄마를 연기한 ‘작은 아씨들’도 찍었고 영국에서는 앤소니 홉킨스가 주인공인 ‘리어왕’도 찍었는데, 졸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다 배우인데 뭐 어떠냐’고 하더라. 대성할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겁이 없다”고 평했다.

여성캐릭터가 주도적인 영화를 즐겨 찍는 이유는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이란다. “여성 주인공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니 훌륭한 시장이다. 개인적으로 결혼생활이 길어지고, 아이도 하나뿐인데 딸이라서 환경적 영향도 많이 받았다.


1편만 봐서는 박찬욱 영화인지 쉽게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하자 그는 “개별 스토리에 맞는 형식을 취하려고 노력하지 제 인장을 찍으려고 작업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반가운 이야기일수도 있다”면서도 “뒤로 갈수록 제 영화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총 6편으로, 3월 29일 전편 공개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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