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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키티 인기 넘은 토종게임 '크립토도저' 정작 한국선 못쓴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8 09:53

수정 2019.03.28 09:53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도저’가 출시되자마자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의 인기를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 게이머들은 ‘크립토도저’를 즐길 수 없는게 현실이다.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반드시 사전에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개발사가 한국에서 게임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블록체인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세계가 주목한 ‘크립토도저’, 정작 한국 이용자는 못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로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도저’를 개발한 국내 개발사 수퍼트리는 한국 이용자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전등급분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심의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이용자들은 국내 게임 개발기업인 수퍼트리가 개발한 '크립토도저'를 이용할 수 없다.
한국 이용자들은 국내 게임 개발기업인 수퍼트리가 개발한 '크립토도저'를 이용할 수 없다.

최성원 수퍼트리 대표는 “크립토도저는 글로벌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게임인데, 한국에서 심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쓸 여력도, 시간도 없었다”며 게임 규제당국에 투입할 인력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심의 신청이 접수되면 2주 안에 등급을 결정하거나 자료 보완 요청을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도입된 게임의 경우 심의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아예 시장출시가 지연된 전례가 있어 게임사들이 쉽사리 심의 신청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유나의옷장이라는 게임이 암호화폐를 도입하자, 재심의를 해야 한다며 6개월 이상 심의를 지연해 결국 게임서비스가 중단되는 모습을 봤는데, 신규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사들이 한국에 심의를 신청할 생각을 하겠느냐”고 현실을 토로했다.


크립토도저의 글로벌 흥행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에서도 크립토도저에 접속하려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퍼트리 측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를 위한 차단 페이지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하루에도 수백명에 달한다. 한국 게임 개발사가 개발해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임을 정작 한국 이용자가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뒷짐진 게임물관리위원회… 업계 “블록체인 게임 심의 기준 마련하라” 촉구


현재 한국 개발사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은 모두 ‘크립토도저’와 비슷한 처지다. 그나마 모바일게임의 경우, 사후심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출시는 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서비스 차단 등이 이뤄질 수 있다.


게임에 암호화폐를 적용하려고 했던 ‘유나의옷장’이라는 게임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등급분류 재분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재심사를 해야 했지만 심사가 계속 미뤄졌고, 결국 ‘유나의옷장’은 지난해 12월말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다시 암호화폐를 도입하려는 게임이 심의를 신청해도, 심의가 언제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가 한국 게임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해외 게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의 경우 PC기반 게임이라도 한국 이용자들이 무리없이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때도 법 개정에 2년 걸려


이같은 상황은 과거 스마트폰게임이 등장할때와 유사하다. 지난 2009년 애플의 앱스토어가 게임 카테고리를 제외했고, 2010년에는 구글도 플레이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를 빼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전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후 한국만 스마트폰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갈라파고스’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국회에서 발의된 법이 통과되면서 모바일게임은 자율등급분류 후 게임을 유통하고 문제가 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후에 조치할 수 있게 됐다. 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 2011년 말이 돼서야 구글과 애플 마켓에 게임 카테고리가 다시 열렸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 분야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하루 빨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들도 이에 맞게 게임을 개발하거나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금융당국의 정책 확정 후 사행성 문제 해소해야”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이 블록체인 분야 킬러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고, 이미 국내 여러 개발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스마트폰 게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측은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된 게임물에서의 암호화폐 취급 및 보상 시스템은 게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과 함께, 환전 등 운영 형태에 따른 사행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등급분류 신청 및 검토중인 게임물은 없다”며 “정부가 자금 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및 거래 실명제 시행(미성년 거래 금지 등) 등을 통해 관련된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할 계획을 밝힌 바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이 확정되고 이런 사행성 문제 등이 해소된다면 등급분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등급분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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