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한민국이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8 17:15

수정 2019.03.28 17:15

[기자수첩] 대한민국이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A그룹은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 B그룹은 정글 속에서 살아나오는 것이 목표다.

A그룹은 산 정상이라는 뚜렷한 방향이 정해져 빨리 도달하는 길을 찾기 위해 조직이 합심해 함께 올라간다. 반면 B그룹이 정글 속을 탈출하기 위해 A그룹처럼 뭉쳐서 전진한다면? 그것은 가장 빨리 몰살당하는 지름길이다. 조직원이 뿔뿔이 흩어져 탐험해야만 새로운 길을 빨리 찾아 모두를 구할 수 있다.

추격형 연구개발(R&D)로 먹고살았던 과거 한국을 A그룹으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재 한국을 B그룹에 빗댄 것이다. 과거엔 앞선 분야에 집중해서 빨리 R&D에 성공하면 한동안 나라 전체가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먹고살 수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초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창의적이고 도적적인 R&D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가 R&D사업에 '한국형 DARPA'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다방면의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주제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스텔스 전투기 등을 개발해냈다.

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지난 26일 산업기술 R&D혁신을 위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도입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위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과학계·산업계 난제에 도전하는 6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사업을 계획 중이다. 정부가 연구사업 초기에 경쟁방식의 '토너먼트형 R&D'를 도입해 연구성과가 우수한 사람을 최종 본연구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 R&D 방식은 실패를 용인하고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발표대로 R&D계획을 실천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과학자와 기업, 모든 국민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과학자 출신인 새 과기정통부 장관이 산 정상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리더가 아니기를 바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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