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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보이는 '브렉시트 대란'… 메이 네번째 승부수 먹힐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1 17:38

수정 2019.04.01 17:38

이르면 2일 합의안 4차 상정.. 친EU파는 의회 대안 마련하기로
이번에도 메이案 통과 못하면 협정없이 EU탈퇴하는 노딜이나 장기 시한연장 가운데 선택해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의회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줄다리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르면 2일(현지시간)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EU와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더 소프트한 브렉시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브렉시트 강경파를 협박하고 있다. 반면 의회의 친 EU파는 1일 의향투표를 통해 중지를 모은 뒤 4일 메이 합의안을 대체하는 의회 대안을 확정해 총리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12일로 연기된 브렉시트 마감시한 근처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영국은 아무런 협정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르는 게 포함되는 장기 시한연장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마저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브렉시트를 철회하거나 노딜 브렉시트 둘중 하나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주일 전 런던에서 반브렉시트 대규모 시위가 열린데 이어 지난주말에는 영국 곳곳에서 출발한 브렉시트 찬성 시위대가 런던에 모여 '탈퇴는 탈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또 보수당의 친 EU 성향으로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도미닉 그리브 의원이 지난달 29일 밤 지역구 주민들의 불신임 표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졌다.

영국이 브렉시트에 관해 2016년 국민투표 이전과 별 다를 게 없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메이 총리가 자신의 합의안을 이르면 2일 4번째로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면서 통과를 위해 보수당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월 의회 표결에서는 230표차, 지난달 초 표결에서는 149표차, 그리고 지난달 29일 표결에서는 58표차로 반대표가 줄고 있어 잘 만 하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심산이다. 메이는 부결되면 강경파가 결코 원하지 않을 '더 소프트한 브렉시트'로 가거나, 총선을 다시 치를지도 모른다며 협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의회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의향투표에서 8개 대안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탈퇴 뒤 관세동맹 잔류안과 어떤 합의이건 2차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안 2가지였다. 브렉시트 강경파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조기총선 카드 역시 보수당에 불리한 옵션이다. 리서치업체 델타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율이 41%로 보수당의 36%를 5%포인트 앞서고 있다. 앨런 던컨 외교장관이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기 전 총선을 치르면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설 정도로 총선카드는 보수당 의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게다가 조기총선이 현실화되려면 하원 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실현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협박이 얼마나 먹힐지 역시 알 수 없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장관 10명을 포함한 강경파 보수당 의원 170명이 EU가 합의안 통과를 전제로 연장한 마감시한인 5월22일까지는 '협정 유무에 관계없이' EU를 탈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내 초강경파 28명과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6명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를 설득하는데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예정된 마감시한인 3월 29일을 넘기면서 상황은 더 혼미해지고 있다. '만약'의 연속이다.

메이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영국은 12일까지 5월 유럽의회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장기 마감시한 연장을 EU에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게 싫다면 남은 대안은 노딜 브렉시트나 아니면 아예 브렉시트 의사를 철회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의향투표에서 관세동맹 잔류와 합의안 2차 국민투표 안으로 힘을 모은 친 EU파는 메이안보다 더 소프트한 대안의 의회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의향투표에서 2차 국민투표만을 택했던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 의원 35명을 설득해 의회의 대안을 만든 뒤 이를 4일 표결로 확정해 총리가 받아들이도록 압박한다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데이비드 고크 노동·연금장관은 BBC와 인터뷰에서 총리가 의회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면서 "의회의 입장을 무시하고 노딜 브렉시트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4차 표결 상정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존 버코 하원의장은 합의안에 상당한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은 같은 발의에 대해 추가 표결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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