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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스마트폰 눌렀다.. 아람코 작년 순익 애플 2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2 17:07

수정 2019.04.02 17:23

IPO 앞두고 재무상태 최초 공개.. 사우디 정부에 내는 법인세 막대
실제 기업가치 2조弗 못미칠 듯
석유가 스마트폰 눌렀다.. 아람코 작년 순익 애플 2배

지난 1980년 국유화 이후 재무상태가 드러나지 않았던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순이익이 애플의 약 2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오는 2021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아람코는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입증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아람코를 소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자체의 위험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람코는 1일(현지시간) 채권 발행을 위한 470쪽짜리 투자설명서를 발표하고 2016년부터 3년치 경영실적을 공개했다. 아람코의 지난해 세후 순이익은 1111억달러(약 126조원)로 같은 기간 세계 상장사 순이익 순위 1위였던 애플(595억3000만달러)을 압도했으며, 구글을 보유한 알파벳(307억4000만달러)은 물론 동종업계 순이익 1위인 엑손모빌(208억4000만달러)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법인세·이자 등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 역시 2120억달러로 유럽연합(EU) 28개국의 연간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했다.


아람코는 지난 1933년에 미국 자본으로 출발해 급성장했으나 1974년 4차 중동전쟁과 1차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주인이 바뀌게 된다. 미국과 이익을 나누던 사우디 정부는 점차 지분율을 높여 1980년에 아람코 지분 전부를 인수하고 회사 재무정보를 국가 기밀로 취급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지난 2016년에 석유 의존적인 사우디 경제를 현대적으로 바꾸는 개혁(비전 2030)을 발표하고 아람코 전체 지분의 5%를 팔아 2조달러에 달하는 개혁 자금을 대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아람코 재무정보가 공개된 것도 아람코 기업공개와 연결되어 있다. 아람코는 지난달 27일 발표에서 중동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사빅(SABIC)을 인수해 석유 생산에서 가공까지 통합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우디 측이 아람코 IPO에 앞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아람코는 이를 위해 1일 투자설명서를 발표하고 사상 첫 해외채권 발행을 통해 최소 10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 사빅 인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아람코의 가치가 2조달러까지는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순이익이 지나치게 유가에 휘둘리는 데다 사우디 정부에 내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순이익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언저리까지 올랐던 지난해와 달리 최저 31.90달러였던 2016년에는 132억달러에 불과했다. 또한 아람코는 지난해 법인세로 순이익 전체와 맞먹는 1017억달러를 사우디 정부에 건넸다.

현재 사우디 정부 재정의 약 70%는 아람코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미 신용평가사 피치는 아람코 회사채 신용평가에서 'A+' 준 뒤 국가 신용도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3단계 높은 'AA+'를 주겠다고 밝혔다. 다른 신평사 무디스도 아람코 회사채에 액손모빌(AAA)보다 낮은 'A1'등급을 매기면서 사우디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더 이상 등급을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WSJ는 미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와 사우디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람코의 IPO 가치가 배럴당 70달러의 유가를 기준으로 최대 1조5000억달러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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