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예상밖 한투 경징계, 업계 자정노력 필요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4 17:00

수정 2019.04.05 07:40

[기자수첩] 예상밖 한투 경징계, 업계 자정노력 필요

대부분 중징계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끌어온 한국투자증권 제재심 얘기다.

'초대형 투자은행(IB) 1호'인 한국투자증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발행어음 불법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나 금융감독원은 '기관경고'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사전통보했던 영업정지 1개월, 임원해임 등을 포함한 중징계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임직원에 대해서도 주의 및 감봉으로 결론이 났다.

그동안 금감원은 이 사안을 4개월여나 끌고왔다. 제재 수위가 낮아진 것은 발행어음 관련 첫 징계인 데다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관행 등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심의 결정과 함께 "그간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들과 금감원 검사국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청취하고,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혀 '쉽게 내린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영업)은 초대형 IB의 핵심업무 중 하나다. 이번 제재심은 지난 2017년 11월 초대형IB 인가를 받고 발행어음 사업의 걸음마를 시작한 증권사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금감원의 제재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중징계였어도 '이제 갓 첫발을 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사업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이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발행어음 제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업계의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 측은 앞으로는 동일한 발행어음 사안에 대해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번에는 계도성으로 징계수위를 낮췄지만, 앞으로는 같은 사안이라도 중징계감"이라며 "그동안은 선례가 없었지만 또다시 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더 엄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감원이 한발 물러서준 만큼 업계에서는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제재로 '처음'과 '관행'이라는 핑계를 댄 만큼 이제는 같은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
초대형 IB라는 자격에 걸맞게 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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