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배재훈號 현대상선, '적자노선 폐쇄' 극약처방 단행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9 09:58

수정 2019.04.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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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대표의 흑자전환 전략…산은에 사업목표로 '적자노선 폐쇄' 제시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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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현대상선이 '선장 교체' 효과를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재훈 현대상선 신임 사장은 올해 사업목표로 적자노선을 폐쇄하고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현대상선 이사진 물갈이를 통해 새 비전에 손발을 맞출 진용을 갖췄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배재훈 대표이사 등 현대상선의 새 경영진은 최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올해 사업목표로 적자노선 폐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앞서 2015년 2·4분기 이후 지난해 4·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업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 경영진은 이를 위한 복안으로 적자노선 폐쇄를 통한 노선 합리화를 제시했다. 현재 현대상선 노선 총 47개 가운데 16개는 적자노선이다. 특히 이 중 7개 노선은 고정비가 항로 평균보다 높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수익성이 가장 떨어지는 노선을 시작으로 단계적 폐쇄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 사장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대상선의 실적 탓이다. 당장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도 영업손실로 5587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4068억원과 비교해도 15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주주인 산은이 유창근 전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에 대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제는 해운업황이 갈수록 내리막길이라는 점이다. 실제 2017년 현대상선 재무제표 상 손상차손은 280억원 가량이었지만 2018년 손상차손은 1620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1년 사이 손상차손이 8배가량 커졌다. 손상차손은 특정 유형자산의 미래가치가 장부가보다 현저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현대상선 감사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은 "해운업 경기침체와 영업손실 누적 등을 고려해 컨테이너 부문과 벌크선박 등의 손상검사를 시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 손상차손이 높다고 해도 손실이 현실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새 경영진의 수익성 개선 작업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에서 노선 합리화를 내세운 만큼 수익성 개선 작업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산은,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하고 '신용공여의 제공 및 관리', '경영 건전성의 확보와 감시', '경영건전성의 검사 및 경영개선'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적자노선 폐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초기 알짜 사업부를 매각했지만, 나중에 업황 개선 시 이런 판단이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노선 역시 당장 적자를 낸다고 파는 것보단 해운업 전반의 구조조정이란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달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기존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7명 중 현대상선에 잔류한 김규복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사내이사는 3명에서 2명으로, 사외이사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이면서 새로운 이사진은 5명으로 구성됐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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