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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英의회… 등 터지는 메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9 17:27

수정 2019.04.09 17:27

노동당과 협상 재개로 브렉시트 강경파 저항 직면
EU에 마감 재연장 승인도 받아야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노동당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여당인 보수당 내부의 강한 반대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는 이번 주말로 한 차례 늦춰졌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마감시한 재연장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국내에서는 노동당과 합의해야 하는 한편으로 당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란도 진압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곧바로 거부되기는 했지만 브렉시트 강경파 일부가 총리 불신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의향투표 카드까지 꺼내들 정도로 보수당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는 우선 다음달 유럽의회 선거 참여 준비를 하되 되도록이면 그 이전에 브렉시트를 마무리해 실제로 선거를 치르는 일은 없기를 희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8일(현지시간) 늦은 저녁 오는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 참여와 9일부터 노동당과 브렉시트 협상 재개 방침을 밝혀 강경파의 분노를 불렀다. 이날 밤 보수당은 서둘러 유럽의회 선거 입후보 등록을 공고했다.
유럽의회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보수당 당원들은 이튿날까지 등록을 마쳐야하게 됐다. 보수당은 성명에서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참여를 지시했다면서 다만 메이 총리는 5월 23일 선거 이전 브렉시트 합의를 완료해 간단한 통보만으로 선거 참여를 취소하기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오는 12일로 일단 늦춰진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을 위해 1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긴급 EU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브렉시트에 관해 강한 목소리를 내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부를 설득해야 한다.

9일 재개하기로 한 노동당과 협상은 최소한 자신이 난국 타개를 위해 초당적 협의에 나서고 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브렉시트 마감시한은 노딜 브렉시트가 몰고 올 파국을 막기 위한 차선으로 연장이 확실시 된다. 그렇지만 보수당과 노동당간 고위급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5일 의회에서 브렉시트 의회 방안들이 의향투표에서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메이가 전격적으로 제안한 노동당과 협의는 기대와 달리 지난 주말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특히 8일 보수당 중진들에게 자신이 브렉시트 방안에서 '한 발' 물러서기보다 '반 발' 물러섰음을 시사했다. 그는 2차 국민투표는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고, '독립적인 교역정책'을 지켜내겠다는 다짐도 했다. 독립적인 교역정책이란 노동당이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EU 관세동맹 잔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소식통은 "이는 메이가 관세동맹보다는 관세협정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런 점을 근거로 할 때 노동당이 메이와 합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궁지에 몰린 메이를 밀어붙여 노동당의 친EU 브렉시트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코빈은 메이가 "자신의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뒤 노동당은 EU와 관세동맹, 단일 시장,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주 권리, 환경보호, 소비자 보호 기준 등으로 묶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반란 기미도 엿보인다.
하원의 반유럽 성향 의원들을 대표하는 안드레아 리드섬 의원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에 노동당의 입김이 강화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강경 브렉시트파인 유럽리서치그룹(ERG) 부회장인 마크 프랑수와 의원은 메이 불신임에 관한 '의향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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