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2020년까지만 적용(종합)

-1953년 낙태죄 형법 제정
-2012년 헌법재판소 낙태죄 합헌 
-2019년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사진=연합 지면화상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규정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결론 내렸다.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만이다. 지난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다른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낙태죄가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 7명 위헌, 2명 합헌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와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모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시 법을 없애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까지 법률을 잠깐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만약 국회가 이때까지 개정안을 형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낙태죄는 위헌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포함한 6기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낙태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반면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내놨다. 헌법에 반한다고 본 7명 중 4명은 헌법불합치, 2명은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유 헌재소장,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단순 위헌 의견을 전했다. 단순위헌 결정은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선고 즉시 효력을 상실함을 말한다. 처벌 규정이 사라지는 만큼 사실상 임신중절이 전면 허용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놓은 재판관들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중점에 뒀다. 재판관은 “낙태죄 조항은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다”며 “여성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라면 (임신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모자보건법이 정한 낙태에 관한 예외조항에 대해선 한계가 있다고 봤다. 모자보건법은 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유전한적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낙태를 허용한다. 헌재는 “모자보건법상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포섭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합헌의견 “태아 생명보호는 중대”

합헙의견을 내린 재판관은 인간의 존엄과 태아의 생명 중시를 앞세웠다. 이들은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낙태죄가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재가 2012년 낙태죄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는데 7년이 채 경과되지 않은 현 시점에 판단을 바꿀 만큼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자기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의사낙태죄’라 불리는 형법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지난 2017년 ‘의사낙태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A씨는 해당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의사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두 조항 모두 심리를 진행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