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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산층의 몰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1 17:15

수정 2019.04.11 17:15

OECD "보호주의 촉진할것" 경고.. 성장 정체·직업 불안전성 확대로 생활 힘들어진 중산층 표심 쏠려
선진국 '중산층의 몰락'

생활비 상승 속에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선진국들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중산층 몰락은 선진국들의 정치적 불안정을 낳아 '반 제도권' '보호주의' 물결의 동력이 된다고 OECD는 우려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6개 선진국 클럽인 OECD는 이날 뉴욕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중산층이 소득 성장 정체, 생활비 상승, 불안한 일자리로 압박받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고소득층의 소득과 자산축적은 계속 증가했지만 중산층은 생활수준이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주거비, 교육비로 압박받고 있고, 자동화에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노동자 가운데 6분의1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는 고위험군이다.
자동화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저소득층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10명 가운데 1명만이 위협을 받는 고소득층보다는 훨씬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뜻한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오늘날 중산층은 점점 더 거센 풍랑에 내몰린 일엽편주 신세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브리엘 라모스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불안한 중산층이 정치적 포퓰리즘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 유권자들을 이탈리아 연립정부 등 '반 제도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출범시킨 '보호주의'로 쏠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라모스 실장은 소득 정체와 불안한 일자리 전망이 "지금의 사회경제 시스템은 불공정하고, 자신들의 기여에 비해 중산층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불을 지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 소득 중간값의 75~200%를 거두는 이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는 OECD는 보고서에서 여전히 중산층이 다수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세대를 이어갈수록 그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1980년대 선진국 전체 인구의 64%가 중산층이었지만 지금은 61%로 줄었다.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 비중이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중산층 비율이 5%포인트 줄어 이제는 51%까지 떨어졌고, OECD 국가 가운데 중산층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선진국에서 전통적인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사치가 됐다.

수도에 60㎡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1980년대 중반에는 가계 연간 소득 6년치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배 가까운 10년치가 필요하다. 또 지금은 맞벌이도 필수가 됐다. 혼자 벌어서는 중산층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다.

특히 맞벌이를 하더라도 한 명은 고소득을 보장하는 고급 기술직이어야 한다.
30년전 부부 가운데 한 명만 고소득직이면 충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라모스는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선진국 중산층은 이제 자녀 세대가 중산층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접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대는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이지만 부모들과 같은 생활수준을 누릴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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