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남·북·미 비핵화 묘수 찾기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1 17:26

수정 2019.04.11 18:07

[기자수첩] 남·북·미 비핵화 묘수 찾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의도가 모두 드러난 상태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의 첫 대좌다. 한·미는 이번 회담을 통해 향후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한다.

지난해 말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강공으로 돌아서며 진정성 있는 비핵화 없이 대북제재 완화나 면제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자력갱생만 부르짖고 있다. 핵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자 일단 버티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줄 수 있고,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와 경제적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제재압박을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이제는 '대미협상용'으로 만들었던 핵을 포기해야 한다.

한·미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접근방식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도 미국은 '일괄적 비핵화·빅딜'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굿 이너프 딜'을 말하고 있다.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은 멈춰버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골자로 단계적 보상을 북한에 주자는 것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구상과 유사점이 있다. 북한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숨통을 터주자는 의미도 있다. 내용만 듣고 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그야말로 좋은 중재론이다. 하지만 북한의 실제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북한이 그렇게 움직여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 상황은 비핵화의 '티핑 포인트'다.
역대 어떤 비핵화 협상보다도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세 정상이 만든 비핵화 협상은 많은 길을 걸어 왔다. 이런 국면에서 섣부른 제재 논의는 지금까지 계속해온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을 무위로 돌릴 공산이 크다.


지금 한·미는 자력갱생의 결과는 '고난의 행군'을 야기했을 뿐이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며 실제적 비핵화 이행을 하지 않는 이상 요행수로 대북제재 해제가 있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치부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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