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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살아있는 인성 교본, 퇴계 이황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1 17:38

수정 2019.04.11 17:38

[fn논단] 살아있는 인성 교본, 퇴계 이황

한국 교육은 한국의 의료와 더불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격찬한 우리나라 대표 자랑거리다. 미국은 고졸자 비중이 우리나라 대졸자 비중보다 적은 나라다. 그런 나라니까 우리만큼 고등교육 졸업자가 많은 나라가 부러울 만도 하겠다. 하지만 이런 맹렬한 교육열과 높은 학력수준에 가려진 우리 교육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주입식교육의 폐해로 저학년의 학력수준은 세계 최고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고급두뇌 양성엔 도무지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암기와 모방이라면 모르되 독창성과 응용능력에서는 한참이나 뒤지는 탓에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온다는 이야기도 자주 거론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브라질 물리교과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 말이 있다. 스스로 탐색하며 사물의 이치를 추론하는 방식 대신 선대로부터 전수된 지식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를 시키는 나라에선 진정한 물리학자가 나올 수 없다고.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입식 암기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토론식 수업과 체험학습을 강조하기 시작한 지도 제법 됐다. 그럼에도 '우린 아직'인가보다. 여전히 세계적 물리학자나 수학자의 출현을 전하는 뉴스에 목말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인성교육 부재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현대 교육은 어차피 지식중심교육이라 학교가 인격수양이나 소양교육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만큼 인성교육에 실패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각국 인구의 도덕성 점수를 지수화하기는 곤란하겠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불법과 편법이 너무 일상화된 나라다. 특히 사회지도층 집단에서는 더 그렇다. 아직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구호이며,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죽하면 2015년에는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법까지 제정해가며 인성교육을 강화하려고 했겠는가. 하지만 이 또한 아직 그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긴 이르다고 본다.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게 마련. 게다가 알고 보면 우리나라야말로 인성교육에 관한 한 대단한 전통과 유산을 가진 나라니까 방법은 있을 것이다. 과거의 기초가 단단하니 이제라도 옛것을 되살려 오늘에 적용해본다면 도덕고양의 모범국가로 나설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예컨대 대표적 인성교육 콘텐츠로서 퇴계 이황의 학문적 성취는 사단칠정론이나 이기이원론 등 철학적 논변의 정치함에 있다기보다는 그 자신이 모범을 보인 심신수양의 방법론과 실행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소견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계는 어딜 가나 창의인성교육이라는 말을 되뇐다. 둘을 붙여 아예 하나의 신조어처럼 다룬다. 둘의 회복이 우리 교육의 불구(不具)를 해결해줄 가장 절실한 가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말인데 세계 각국 종교와 라이프스타일을 개인적 수양과 웰빙을 위해 자유롭게 소비하는 이때 우리 것 중에서도 쓸만한 것은 갈고 닦아 제 가치를 찾아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굳이 의무감이나 강압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좋아하다보면 그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로되 인류역사상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심신수양의 교본을 제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고, 덩달아 우리 교육의 고질병까지 치유할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재인 서울인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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