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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건설업계 해법은 없나] "中·싱가포르 공기 단축 사활 거는데 우리는 공기 지연에 보상금 낼 판"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4 17:03

수정 2019.04.14 17:03

'52시간'에 묶인 해외 건설현장
해외 건설현장은 중국, 인도, 터키 등 해외 건설사와 수주 경쟁은 물론 주 52시간 규제 등으로 빠른 시공이라는 국내 건설사의 강점마저 흔들리고 있다. 해외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관계자들은 수치로 보여지는 수주 감소와 함께 피부에 와닿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당시 660억1000만달러였던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321억2000만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당시 해외 자원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해외 건설현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3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건설업 성장률을 단순 비교해도 GDP는 2016년 2.9%, 2017년 3.1%, 2018년 2.7%로 안정적인 반면 건설업은 2016년 10.1%, 2017년 7.1%, 2018년 -4.2%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는 국내 주택, 사회간접자본(SOC)과 해외 건설 수주 물량 등 '3개의 기둥'이 모두 흔들린 탓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해외 건설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건설사가 해외에서 손해를 보는 이유는 크게 공기지연으로 인한 손실 보상금 지급, 품질불량에 따른 클레임과 사후 보상금 지급"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업체끼리의 과당 경쟁도 해외 건설현장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및 싱가포르 등 해외 건설현장은 국내 대비 짧은 공사기간으로 인해 주휴무 없이 야간 연장작업, 24시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로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최대 공사비의 10%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또 공사 품질에 불만을 제기하며 전체 공사비의 5% 정도에 해당하는 유보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추가 공사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건설공사 수주액의 감소와 수익성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는 글로벌 마인드와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의 부족이 꼽힌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부족 등도 건설사업자의 해외진출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경우 1997년 IMF 위기 이후 해외건축 수주가 급감하면서 해외사업본부를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주택산업 호황으로 해외 건축을 등한 시 해왔다.
국내 건설 종사자의 인건비 상승, 해외건설 현장 기피 문화, 중국 등 정부 지원을 받은 경쟁 건설사의 출현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해외 파견 건설사 한 임원은 "단기적으로는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유예해주고 장기적으로는 인력양성을 하는 것이 해외건설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을 통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해주고 금융지원 등 자금 공급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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