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나고야 의정서시행 사전대비 철저해야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4 18:01

수정 2019.04.14 18:01

[특별기고]나고야 의정서시행 사전대비 철저해야

남아공 자생식물인 후디아는 오래 전부터 산족이 장기간 사냥의 공복 해소를 위해 사용해왔는데, 후디아에서 식욕억제제 활성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특허를 등록한 후, 특허 실시권을 영국 파이토팜(Phytopharm)사에 허가하였다. 그러자 남아공 변호사와 지역 시민(NGO) 단체가 '전통지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2003년 6%의 로열티와 8%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현재까지 대략 10만달러를 지불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 비준에 따라 2018년 8월부터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유전자원이란 식물, 동물, 미생물, 파생물인 화합물 및 전통지식을 모두 포함한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관한 국제조약으로 '유전자원은 국가의 주권사항으로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 이용국이 제공국과 공유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2014년 발효되어 지난 3월까지 116개국이 비준하였다.
나고야 의정서와 국가별 ABS 관련 법률에 따르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그 국가로부터 사전접근승인(PIC)을 받아야 하고, 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상호합의서(MAT)를 체결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자원제공국들은 유전자원을 이용한 로열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데, 중국은 0.5~10%, 인도는 1~3%, 브라질은 1%로 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로열티 비율은 제공국의 당사자(해외 기업, 기관, 국가)와 이용자(국내 기업)의 협상으로 확정된다. 국내의 화장품, 제약, 건강식품 분야의 기업들이 해당국가로부터 들여온 원료를 이용할 경우 향후 이익 공유에 대한 로열티 협상을 고려해야 하는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약 80%를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더구나, 몇몇 국가는 특허 요건으로 유전자원의 출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허에 유전자원이 어느 국가에서 입수되었는지 기재되어 있으면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로열티 청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은 특허출원시 원산지나 그 국가의 유전자원을 이용했는지 등을 기재하지 않으면 특허를 거절하거나 무효·취소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시세이도의 경우 인도네시아 자생 식물인 자무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51건의 특허를 출원하였는데, 생물 해적행위라고 불매운동이 발생하자, 51건의 특허를 스스로 철회한 사례도 있다.


우리 기업들도 수입 원료를 사용한다면,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그 국가의 ABS 법률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특허권의 획득 문제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에 따른 로얄티 문제도 모두 대처할 수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지난 4월 3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5개 정부 부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BS 법률지원단'을 발족하였다.
향후 나고야 의정서 관련 해외법령 및 규제요건 이행, 특허 등 지식재산권 보호와 이익공유 협상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예은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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